다주택 매각 압박에 공직사회 와글와글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 공무원에게 전가하나”
“정책 문제·국민 불만 원인부터 따지는 게 순서”
지역·직급별 생각 엇갈리지만, 비판 여론 많아 

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모습. 공생공사닷컴DB
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모습. 공생공사닷컴DB

다주택 공직자에 대한 전방위 매각 압박에 공직사회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연히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직자에게 돌린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대상이 2급 이상 고위 공직자라서 하위직과 고위직의 입장도 다르고, 또 세종시와 다른 지역 공직자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하지만, 대체로 정부의 매각 압박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높은 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도중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주택 고위공직자에 대한 전방위 압박

정 총리는 이어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주택 공무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다주택 공직자에 대한 압박은 정치권에서도 거세다.

충북 청주의 집은 내놓고 서울 반포의 아파트는 보유해 ‘똘똘한 한 채’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결국 반포의 아파트까지 매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러니 공직자에 대한 향후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팔려면 싸게 내놓아야 하는데 몇 억원씩 손해 보고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비싸게 내놓으면 평생 자신의 것이다.

정부는 정 총리의 지적에 따라 중앙과 지자체 고위공직자에 대한 다주택 현황 파악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효성은 글쎄

1급 이상은 대부분 재산신고 과정에서 다주택 여부가 대부분 드러난다. 문제는 2급이다. 2급의 경우는 재산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급도 승진 심사 때 재산상황 등을 들여다본다. 크게 문제가 없는 한 대체로 통과되지만, 이미 자료는 내부에 있는 셈이다. 특별히 조사랄 것도 없고, 리스트만 작성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 총리가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는 중대본 회의에서 다주택 문제를 언급한 것은 대국민용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주택을 가졌다고 해서 법률 위반은 아니다. 매입 과정 등에 문제가 없다면 세금만 내면 된다.

아울러 매각을 하지 않는다고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다. 승진 심사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는데, 이는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다.

장·차관 역시 임명 전에 재산 상황 등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그러니 이들에게 있어서는 특별히 새로운 조치도 아니다.

정년 얼마 안 남았는데 집 팔라고?

정부세종청사 한 부처의 2급 공무원은 정부의 매각 권고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서울에 집이 있고, 세종시에서 분양을 받아 입주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갓 2급을 달았으니 몇 년은 더 공직생활을 해야 하는데 서울의 집을 팔아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그는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전세를 가라는 얘기냐”고 항변한다.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입주한 뒤 2년 이내에만 팔면 되는데 이를 앞당겨서 팔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부처의 3급 공직자는 더 비판적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공무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 공무원이 집 팔면 집값이 떨어지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불만이 무엇인지, 부동산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다”고 말했다.

정년은 2년 조금 넘게 남겨 놓은 한 공직자는 “강남의 집을 팔자고 하면 애들 엄마가 동의하겠냐”면서 “아마 집집마다 부부싸움 좀 할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반면, 세종에 거주하는 과장급 공무원은 “다주택자 공직자라면 파는 게 맞다. 집으로 돈을 벌려고 했다면 공직자가 아닌 다른 길을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장의 얘기에 공감해줄 공무원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인 것이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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