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제한 규정 삭제, 퇴직자 가입 허용 등 불구 불만 여전
총괄 관리자는 가입제한·단체행동권 제한…빛좋은 개살구
“만족스럽진 않지만, 점진적으로 노동기본권 쟁취” 의견도

지난달 인사혁신처에서 열린 단체교섭에서 정부와 공무원 노동계 대표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교섭은 하지만, 단체행동권이 없어서 협상력에 한계가 있다는 게 공무원 노동계의 시각이다. 공노총 제공
지난달 인사혁신처에서 열린 단체교섭에서 정부와 공무원 노동계 대표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교섭은 하지만, 단체행동권이 없어서 협상력에 한계가 있다는 게 공무원 노동계의 시각이다. 공노총 제공

공무원노조법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관련 3법이 지난달 23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이들 법안의 개정이 현실화하고 있다.

당초 20대 국회에 상정됐던 이들 법안은 야당의 반대 등으로 자동폐기됐다가 지난 5월 28일 정부가 입법예고하면서 되살아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들 법안 통과에 대한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압박도 있어서 올해 국회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한 시각은 노동단체마다 차이가 있다. 진일보한 법안이기는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양대 노총 강한 불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그렇게 개정을 하려거든 아예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고, 일반 노조법을 적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역시 이 법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이들 법안을 입법예고한 날 바로 성명을 내고, “20대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공무원 노동자 당사자의 요구는 외면한 ‘껍데기 개정안’이었는데 이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입법예고했다”면서 “노동후진국을 자처하는 정부다”고 비난했다.

이들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이다.

첫째는 노조 가입 대상을 6급 이하로 규정했던 조항을 삭제했지만, 직무에 따라 지휘·감독 등 총괄 업무 담당자는 가입을 제한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직급 풀면 뭐하나…직무로 제한 속빈강정

직급 조항이 없어져 사무관이나 서기관도 가입할 수 있지만, 직무제한에 걸려 실제 가입 대상은 실무 사무관 등 극소수에 불과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여전히 단체행동권을 제한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공무원노동계가 보수위원회나 단체교섭을 하고 있지만, 행동권이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마찬가지이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따라서 공노총이나 전국공무원노조는 직무제한 규정의 삭제와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의 실질적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행동권 없으니 협상장은 기울어진 운동장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단체 행동권이나 노조 가입자격과 관련된 직무제한 규정 등은 야당과 경제계의 반대가 예상되는데다가 정부도 내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공무원 노동 관련 3법 개정안이 맹탕은 아니다.
제약은 있지만, 숙원이던 직급 제한 규정이 삭제됐고, 소방공무원의 노조설립도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일반공무원은 물론 교원노조의 경우도 퇴직자가 가입할 수 있는 규정이 들어가 있다.

직급 규정의 삭제는 앞으로 공무원노조가 외연을 넓히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적잖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공무원 노동계 일각의 의견이다.

퇴직자 가입 허용 등은 전·현직 유대감 강화에 기여 시각도

또 퇴직자의 가입 허용은 현직과 퇴직자 간 괴리를 없애고, 퇴직자의 권리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퇴직자가 집행부가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현직과 전직 간 간극은 상당히 좁혀지고, 노조의 활력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노동단체의 한 간부는 “노조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한 EU의 무역규제 등을 피하기 위한 법 개정이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 “개정안에서 좀 더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고, 나아가 점차적으로 직무제한이나 단체행동권 관련 조항들을 개선해나가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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