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적용도 사용 불가’ 몰랐을 리 없어 징계 정당” 판시
30년 동안 세 차례 장관 표창 받았지만, 한 순간에 와르르…
처가 주택공사에 반출한 보도블록 시가는 200만원도 안 돼

서울시 구청 과장이 교체한 뒤 나온 재활용 보도블록을 처가 주택공사에 사용했다가 강등된 것과 관련, 서울행정법원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공생공사닷컴 자료사진
서울시 구청 과장이 교체한 뒤 나온 재활용 보도블록을 처가 주택공사에 사용했다가 강등된 것과 관련, 서울행정법원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공생공사닷컴 자료사진

구청의 재활용 보도블록 2만여장을 빼돌려 처가 주택공사에 사용한 공무원에게 내려진 강등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는 30년간 근무하면서 구청에서 과장 자리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세 번이나 장관 표창을 받았지만, 200만원이 안 되는 보도블록을 처가 집 공사에 썼다가 강등 처분을 받고 말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서울시 금천구청에서 과장급(5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이모씨가 금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는 2017년 3월 관련 부서 직원을 통해 서울시 자원순환과에 재활용 보도블록 5만장을 신청하도록 했다. 이들 재활용 보도블록은 시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로부터 공급받은 보도블록 5만장 가운데 2만 6000여장을 처가 주택공사에 반출해 사용했다. 이씨는 공사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허위로 출장 처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같은 해 7월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금천구청에 이씨에게 중징계 처분 등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금천구청은 이씨에게 강등처분과 함께 횡령금액의 2배인 294만여원의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이씨는 “관련 과의 팀장으로부터 ‘서울시가 보도블록 보관과 폐기 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보도블록을 사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말해 이를 건설폐기물로 오해해 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며 “징계 처분 역시 과도하다”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해온데다가 당시 과장이었던 원고가 공용물품이자 공사 자재인 재활용 보도블록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라며 “만약 원고가 사적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았다면 개인 자격으로 공급을 신청해도 충분한데 과의 공식 절차를 밟아서 공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번 사건으로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돼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고, 형사 재판에서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며 “원고가 ‘사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다른 팀장은 공범으로 고발당했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으로서 누구보다 높은 준법의식과 도덕성을 갖춰야 할 이씨가 공용물품인 재활용 보도블록을 공공용도로 사용할 것처럼 신청한 다음 주택 공사에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씨의 잘못이 결코 가볍지 않고 횡령 액수도 적지 않다”며 “징계처분의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씨가 처가 공사에 빼돌린 보도블록은 시가로 200만원이 채 못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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