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갈등의 정점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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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갈등의 정점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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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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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거사 안정훈의 아날로그 세계일주(8)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픽사베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픽사베이

러시아는 내게 행운의 땅이었다. 어려울 때마다 고마운 사람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

어느 정도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아날로그 초보 여행자였지만 세계일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솟았다.

하바롭스크에서부터는 비행기로 이동한 탓에 러시아 여행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여기서 귀국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혼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낡은 호스텔 7층 다락방에서 고민에 빠졌다. ‘계속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고 돌아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정에 출발하는 야간 국제 버스를 타면 새벽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나면 옆에 붙어 있는 북유럽 4개국을 버스와 기차와 배로 여행할 수 있다.

이어서 발트 3개국과 발칸 반도 12개 국가도 비행기가 아닌 버스로 갈 수가 있다. 한국에서 북유럽을 한번 여행하려면 비용이 장난 아니게 비싼데 여기서는 버스만 타면 갈 수 있었다. 나에겐 여행 운도 따라 주지 않는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루비콘강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오케이!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비콘 강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어찌 보면 갈지 말지 고민한 게 아니라, 가야 할 이유와 명분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맸던 것 같다.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가야만 하는 이유와 갈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5G의 빠른 속도로 떠올랐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 부르크. 픽사베이
러시아 상트 페테르 부르크. 픽사베이

“낯선 곳을 향해 도전하지 않고 익숙한 일상에 빠져서 산다는 건 나답지 못하다. 도전해야 할 때 피하는 건 내 삶의 방식이 아니다. 도전을 피했다고 안도의 숨을 내쉴 때 내 몸은 어김없이 고장이 나서 아프곤 했었다.

내 삶의 원동력은 도전이 아니었던가? 바쁘게 몰두할 때 내 몸과 마음은 생기가 넘쳤었다. 꿈을 가슴에 품고만 살면 짐이 될 뿐이다. 이제는 꿈이랑 동행이 되어 떠나야 한다.”
배가본드(Vagand·방랑)를 시작하기로 했다.

새벽 하늘을 향해 양광모 시인의 <멈추지 마라>를 크게 읊었다.

비가 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 할 곳이 있다면
태풍이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양광모 시, 한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중에서. 이룸나무 시선집3,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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