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ㆍ주민 카페는 환영일색
“총선 끝나면 또 사그러들텐데…”
“정부부처도 아닌데 국회가 올까요”
“실ㆍ국장 불러 보고받는 관행부터 없애야”
공직사회 국회 깊은 불신 때문인듯

서울신문 자료 사진
서울신문 자료 사진

“국회 세종시 분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좋지만, 로드맵이 제대로 나오겠습니까.” “먼저 세종시의 정주 여건을 갖추는 것이 우선순위 아닌가요.” “정부가 추진해도 부지하세월인데 국회의원들이 하는데 그게 그리 빨리 될까요.”

지난 13일 국회사무처가 국토연구원에 발주했던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에 대한 용역결과를 공개하면서 나온 세종시 이전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국토연구원은 세종시 국회분원 형태로 5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최적의 부지 입지까지 추천했다.

용역안이 나오자 이춘희 세종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회 운영위원회는 용역 결과를 검토한 뒤 조속히 이전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고, 설계 등 후속 조처를 하길 바란다”며 “국회 의사당 분원이 조속히 설치될 수 있도록 34만 세종시민을 비롯한 모든 충청인과 함께 힘을 모아 뒷받침하겠다”고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세종시 주민들도 적극 환영하고 있다. 다른 어떤 단체보다 발언권이 센 주민카페 등을 중심으로 “빨리 내려와야 한다.” “본회의만 서울서 열고 나머지는 다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 등 환영 일색이다.

하지만, 의외로 공무원들은 시큰둥하다. 물론 “국토연구원 안에 가능한 안이 모두 담겨 있고, 10개 상임위가 내려오는 안 같은 경우는 오가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절약 차원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은 있지만, 원론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이들이 왜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여기에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 공직자는 “행정부가 이전을 추진해도 쉽지 않은 과제인데 정당별로 의견이 다르고, 같은 정당 내에서도 지역구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판에 이게 쉽게 결론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은 “아마 지금 이슈가 되더라도 총선이 끝나고 나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근본적으로 높으신 국회의원들이 세종까지 오가면서 국회를 운영하는 것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런 국회에 대한 불신은 대체로 비슷하다. 선거 때마다 얘기가 나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기억 때문이다.

오히려 “국회 분원은 논의하게 두고, 정부와 세종시는 이미 내려온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위한 정주 여건을 마련하는 데 더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설령 국회 분원이 설치되면 행정효율은 높아지겠지만, 정주 여건이 지금보다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주 여건의 개선과 국회 분원 추진이 병행되어야지 국회 분원이 세종시를 ‘살만한 도시’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부이사관은 “국회 분원도 좋지만, 뭐 하나 보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려고 해도 직접 장·차관이나 실·국장이 여의도를 찾아야 하는 관행만 개선해도 행정비효율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인식전환이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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