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생활지원시설 파견 공무원 체험기

비오듯 쏟아지는 땀, 시야를 가리는 입김…더위로 일 가중돼
“일주일 먹으니 지겨워진 도시락…외국인은 더 힘들었을 것”
파견 끝난 뒤 가족 걱정에 집 대신 빈농가 얻어서 격리생활
“아무리 예산 부족해도 파견자 자비격리라니…꼭 개선해야” 

인천국제공항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생활지원시설에서 의료인과 방역담당 공무원들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방역 관련 검사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인천국제공항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생활지원시설에서 의료인과 방역담당 공무원들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방역 관련 검사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이 기사는 인천국제공항 생활지원시설에 파견된 방역 관련 부처의 공무원과 기자의 취재를 바탕으로 재작성된 체험기이다. 안에서는 각급 학교의 개학과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진과 방역당국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인천국제공항 역시 코로나19와 싸우는 최일선이다. 입국자들은 보름간 생활지원센터에 머물다 간다. 이중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곳에 파견된 의료인, 경찰, 소방관,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공무원 등 400여 명 역시 세상과 격리된다. 가족과는 전화로 만나고, 정해진 지역 외에는 나갈 수도 없다. 날이 더워지면서 땀과의 싸움도 힘겹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자 생활지원센터 근무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인천국제공항 인근 외국인 입국자를 자가격리 관리하는 생활지원시설. 오늘은 아침부터 입국자들이 몰린다.

하기야 국제선이니 입국시간이 우리 기준에 맞을 리는 없다. 보통은 아침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많이 온다. 많을 때는 오전에 100여 명이 몰리기도 한다.

코로나19 방역요원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 감염 예방에는 효과적이지만, 날씨가 더위지면서 흐르는 땀과 입김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자 제공
코로나19 방역요원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 감염 예방에는 효과적이지만, 날씨가 더위지면서 흐르는 땀과 입김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자 제공

의료인 2명을 포함 접수를 담당하는 8명의 움직임이 부산해진다. 방호복을 입고, 고글과 페이스쉴드로 중무장을 한다. 우리의 분신 같은 장비들이다.

입국자 한명 한명의 여권과 항공권을 확인하고, 국내 머물 곳까지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가격리앱을 설치한다. 만약 앱이 설치돼 있지 않다면 이를 설치해 주고, 실행이 안 되면 이것도 고쳐줘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방호복은 땀복이 된다. 맨살에는 착착 들러붙는다. 페이스쉴드는 입김이 수증기로 변해 시야를 가리지만, 닦을 수도 벗을 수도 없다.

불편하지만, 방호복은 우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다. 상황이 종료돼 방호복을 벗어야 이 땀과 수증기로부터 해방된다.

생활지원센터에는 의료진 7명과 행정부 공무원, 군인, 경찰, 소방관 등 모두 75명이 400명이 넘는 입국자를 수용하고, 관리한다.

물론 이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파견기간인 2주 내내 시설 내에 격리된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징계는 물론 형사책임도 묻게 된다.

일주일쯤 지나 익숙해질 만하니 불편한 것과 걱정이 하나둘씩 고개를 든다.

더위가 가져온 땀은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도시락이다. 생활보호시설 근무자는 모두 입소자와 같은 도시락을 먹는다. 그런데 일주일쯤 되니 이게 입에 물린다.

직장에서는 골라서 밥을 사먹거나 집밥 먹다가 매일 도시락을 먹는 것은 고역이다.

“아~ 외국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문득 지원센터에 묵고 있는 외국인들에 생각이 미친다. 우리도 이런데 그들은 어땠을까.

물론 이 점을 고려해서 퓨전식으로 도시락을 준비하고, 할랄음식과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 등은 제외하는 등 특별관리를 하지만, 그들은 더 고역이었을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생활지원시설 파견 공무원이 파견기간이 끝난 뒤 자가격리를 위해 세를 얻어서 묵고 있는 충남 지역의 한 농가. 독자 제공
인천국제공항 생활지원시설 파견 공무원이 파견기간이 끝난 뒤 자가격리를 위해 세를 얻어서 묵고 있는 충남 지역의 한 농가. 독자 제공

열흘쯤 되면 근무자들 모두 지쳐간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도 없으니…. 의료진들은 더 하다. 인력이 부족하니 격무에 시달린다.

생활지원센터 파견을 명받고, 캐리어를 꾸려줄 때 아내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모두 다녀오고,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명받으면 가야 한다”고.

그래도 시간은 가고, 심신이 지쳐갈 즈음 파견기간의 끝이 보인다.

그런데 또 다른 걱정이 머릿속을 차지한다. 파견이 끝난 뒤 자가격리 때문이다.

“집에는 어린 아이들 둘과 아내가 있는데 집에서 격리생활을 해도 괜찮을까.”

다행히 유전자 증폭 검사(PCR) 감사를 받으니 음성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5일 공가에 이틀 특별휴가, 여기에 주말을 끼면 9일간 자가격리다. 중간에 PCR 검사를 한 번 더 받는다.

“그래 집에는 가지 말자.” 시골에 빈집을 빌렸다. “내가 걸리는 것은 괜찮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애들과 아내까지 감염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자.”

이것이야말로 ‘자연에 산다’인데 이 또한 견디기 힘겹다. 빈 농가이다 보니 인터넷은 불통이다. 대신 전화와 전기만 살아 있다.

산골 산책이 일이다. 강변도 거닌다. 밥 해먹고, 전화하고, 하루가 정말 길다. 그래도 가족이 힘이다. 아이들과 통화를 하면 힘이 난다.

다만, 아쉬운 것은 파견자에 대한 배려다. 예산이 없어서겠지만, 최소한 생활지원시설이나 현장에서 근무한 공직자들에게 자기 돈으로 장소를 마련해서 자가격리하라는 것은 많이 아쉬운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집으로 가서 자가격리해야 한다.

음식은 손수 해먹더라도 자가격리할 공간은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글램핑오토캠핑장도 좋다. 나는 명 받아 움직이는 대한민국 공무원이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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