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화재 순직한 석원호 소방위 영면
“동료 아닌 자랑스런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조사
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대전현충원 안장

“당신을 화마 속으로 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우리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경기도 안성 종이박스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석원호(45) 소방위의 영결식이 8일 오전 10시 안성시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사진:경기도
경기도 안성 종이박스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석원호(45) 소방위의 영결식이 8일 오전 10시 안성시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사진:경기도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친척, 동료 소방공무원 등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 40여명도 자리를 같이했다.

동료 대표로 나선 송종호 소방장은 조사(弔辭)를 통해 “그 무시무시한 화마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우리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며 “앞으로 함께 해야 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이젠 볼 수 없고, 그저 기억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송 소방장은 이어 “이젠 동료가 아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방관으로서 국민 모두의 기억에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들이 전체 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 밤을 새워가며 선거용품을 만들어주고, 회장에 당선된 후에는 저녁을 사주며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즐거워진다’고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오열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영결사를 통해 “참된 소방관을 잃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 지키지 못해 가슴 무겁고 아프다. (석 소방장의) 거룩한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면서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소 고인이 끔찍이 아꼈던 아들(18)이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동료를 사이를 지나 운구차를 향해 발길을 옮기자 유족은 물론 고인의 직장 동료들은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흐느꼈다.

고인은 안성소방서 원곡 110안전센터 소속으로 6일 1시 20분쯤 화재 현장에 선발대로 도착해 진압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석 소방위는 특히 시커먼 연기가 건물을 뒤덮고 있었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공장 직원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지하층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석 소방위는 2004년 3월 입직한 15년차 베테랑 소방관으로 직장은 물론 화재현장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소방관이었다. 슬하에 아들과 딸(13)이 있으며 아버지(72)를 모시는 모범 가장이었다.

특히 고인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되신 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해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비번날마다 모시고 병원을 오간 효자로 알려져 그의 순직은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석 소방위에게는 1계급 특별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으며,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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