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적용 기준 좀 더 유연해질 필요 있어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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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던 경찰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순직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민간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산재로 인정, 유족급여를 줘야 한다는 판결은 있었지만,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판결에서는 이례적이어서 앞으로 유사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고(故) 임모 경위의 아내 이모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29년간 경찰공무원으로 복무해온 임 경위가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은 것은 1999년으로 당시 수사서류를 잃어버린 뒤 불면·불안증세가 나타나자 병원을 찾았다.

이후 임 경위가 정신과를 다시 찾은 것은 2017년 1월부터다. 지능범죄수사과에서 근무하면서 한방병원 보험사기 사건, 불법의약품 판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악성 민원에 시달리자 다시 정신과 찾아 치료를 받은 것이다.

임 경위는 2017년 6월 7일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인 2017년 11월17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정신과 통원 및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임 경위의 부인은 순직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인사혁신처는 “고인의 우울증은 직무수행으로 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성향 등 공무외적인 데 원인이 있다”며 불승인을 통보했고, 유족들은 이에 반발해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발병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은 사망 전날 ‘머리가 아프다’며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은 것을 보면, 우울증이 회복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이를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고인이 공무외적으로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없는 데다가 2017년 1월부터 지능범죄수사과 팀장을 맡으면서 높은 업무실적 압박을 받아온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공직사회에서 임 경위와 같은 사례는 적지 않지만, 재판을 통하지 않으면 순직 유족급여를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남겨진 유족들은 생업 등에 바빠서 실제로 재판을 벌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사혁신처 등 정부 차원에서 순직자 유족 급여 지급 요건 등에 있어서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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