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은 기재부 강세, 본선은 실전 부처 국토부 강세
행안부, 당선자 2명 배출, 예·본선 모두 초라한 성적
지자체에선 명불허전 서울시 정무직 포함 7명 당선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서울신문DB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서울신문DB

지난 15일 21대 총선 결과 부처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경제부처 가운데 주류가 아닌데도 국토교통부는 의외의 선전을 했다. 총선 때마다 단골로 일정수의 공천을 받는 정통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그런대로 체면치레하는 데 그쳤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공천 관문을 뚫기도 힘들었지만, 본선에서도 그리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진 못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다. 정통 관료 출신에 정무직까지 포함하면 7명가량이 당선돼 특별시의 위상을 보여줬다.

우선 국토부의 경우 맹성규·정일영·김희국·송석준 후보가 금배지를 달았다. 김겨욱 전 차관이 낙선한 것 외에는 대부분 당선됐다. 기재부보다 당선율은 높다.

국토부 차관을 지낸 맹성규 당선자는 일찌감치 인천 남동갑에서 표밭갈이를 하다가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정일영 당선자는 행시 23회 출신으로 교통과 항공 쪽 전문 관료였다. 국토해양부 시절 교통정책실장을 역임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을 거쳤다. 초반 열세를 딛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뛰어난 친화력의 소유자다.

더불어민주당 바람에다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경력이 주민들에게 먹혔다는 평가다.
 
국토부·기재부 각 4명 당선…내용은?
 
맹성규 당선자도 국토부 제2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교통 전문가다. 인천 남동구 갑에서 인천시장을 역임한 야당의 중진 정치인 유정복 후보를 꺾었다. 차관을 하다가 20대 때 미련없이 정치 일선으로 뛰어들었다. 운도 좋고, 결단력도 있다는 평가다.

자료:각 정당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각 정당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송석준 당선자도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경기 이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국토부 건설정책국장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역임했다.

기재부 출신과 국토부 출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기재부 2차관 출신인 김용진 후보와의 대결에서 6800여 표차로 승리했다.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2차관도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공천이 어려웠지 본선은 72%가 넘은 득표율로 통과했다. 행시 24회에 합격했으며, 경북 의성 출신이다.

정통 경제 관료는 역시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부의 명칭이야 몇 차례 바뀌었지만, 경제정책과 예산을 주무르는 부처다.

이번에 김진표·추경호·류성걸·송언석 등 4명의 당선자를 냈다.

김진표 후보는 알려진 더불어민주당의 경제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행시 13회 출신으로 2003년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이번에 경기 수원시에서 당선돼 5선이 됐다.

류성걸 전 기재부 2차관도 미래통합당으로 대구 동구갑에서 당선됐다.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기재부 2차관도 지냈다. 행시 23회 출신으로 20대 때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고, 이번에 금배지를 달았다. 유승민 키즈로 불리기도 한다.

송언석 전 기재부 2차관도 이번에 경북 김천시에서 출마해 당선자 대열에 합류했다. 행시 29회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
 
기재부 출신들 영남권서 두각
 
추경호 의원도 역시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경북 달성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기재부 1차관을 역임했으며 행시 25회에 합격했다. 초선임에도 기재부 경력을 활용해 20대 국회에서 날카로운 경제통의 면모를 보였다.

행안부에서는 이달곤·김승수 두 명의 당선자를 냈다. 굳이 포함한다면 119구급대 출신 오영환 당선자를 포함할 수도 있으나 정통 행정관료로 분류할 수는 없다.

이달곤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 때 행안부 장관을 역임했다. 창원시 진해구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당선됐다. 18대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초선을 했으니 이번까지 2선인 셈이다.

김승수 당선자는 미래통합당 후보가 될 때 막판 경선까지 치르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행정자치부 창조정부기획관과 대구 부시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까지 행안부 자치분권위원회 기획단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시 출신도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정읍에서 친구인 유성엽 후보를 꺾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시 출신도 곳곳에서 당선
 
윤한홍 의원도 경남 창원시 마산 회원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명박(MB)맨으로 분류되는 그는 서울시에서 행정과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이 전 대통령 눈에 들어 청와대로 옮긴 뒤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진성준(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구을), 김원이(〃전남 목포) 전 정무부시장이 각각 당선됐다.

정가에서는 국토부 출신의 약진에 대해 대체로 교통이나 재개발·재건축 등 생활민원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해 유권자들에게 쉽게 어필한다는 점을 꼽는다. 게다가 과감한 부처 특성도 적잖게 작용한다는 평가다.

기재부 등 정통 경제부처는 예선에서는 당에서 지명도가 높아서 경쟁력이 있지만, 본선에서는 거물이 아닌 한 유권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친숙도가 낮다는 점이 본선 성적이 저조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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