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동계 “정부 의도적 떠보기” 강한 반발
노동의 직·간접 대가… 임의로 동결·삭감 안 돼
고통분담 공감하지만, 일방적·일률적 시도 반대

자료:관련 부처 및 보도
자료:관련 부처 및 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돈 쓸 곳이 늘어난 가운데 최근 공무원 급여동결과 유급 휴가비 삭감 등의 뉴스가 잇달아 나오면서 공무원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결정된 바 없다”고 신속히 해명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공무원노동계는 “정부의 짜여진 각본에 의한 여론 떠보기”라며 강한 불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모양새만 보면 영락없는 ‘치고 빠지기’이다. 보도가 나오고 해명자료가 나온 다음에 잊을 만하면 또 다른 기사가 나오니 공무원 사회가 저의를 의심할만하다.

공무원 노동계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0일 각각 ‘정부의 공무원 연가보상비 삭감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3·4월 보도 뒤 해명 패턴 지속
 
이는 한 매체가 같은 날 ‘정부, 공무원 유급휴가비로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라는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기사는 정부가 1조 8000억원에 달하는 공무원 유급휴가비(연가보상비) 및 국방 예산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담은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대상 사업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란다”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한 경제지가 경기상황에 따라 공무원 급여 동결도 가능하도록 공무원 임금결정방식을 개편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가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는 내용까지 곁들였다.

역시 인사처는 당일 “공무원 임금결정방식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직무급제 도입 방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이런 보도와 해명, 이에 반발한 공무원 노동계의 성명은 3월에도 있었다.
 
여러 방안 흘려서 여론 떠보기 지적도
 
3월 23일 역시 같은 경제지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임금 동결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고, 기재부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공무원 노동계에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패턴 때문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준비 중인 여러 개 카드 가운데 일부를 흘려 이를 언론이 기사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사에 난 용역보도는 사실로 확인됐다. 인사처가 지난 4일 기한으로 ‘보수결정요소에 대한 연혁 및 사례조사 연구용역 제안요청서’를 공고했다.

4000만원짜리 용역으로 내용도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간기업, 공공기관의 임금인상률 결정요소·기준 조사, 외국의 공무원 보수인상률 결정요소·기준 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사처는 “이 용역은 이미 지난해 계획됐던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임금동결이나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용도가 아니라면 4000만원이나 되는 예산을 들여서 왜 용역을 하느냐. 언젠가는 사용하기 위한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무원 노동계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회상한다.

“2008년에도 이런 식으로 애드벌룬을 띄워서 떠보기를 한 뒤 임금 동결을 시도했다”는 게 공무원 노동계 관계자의 얘기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제외 논의되는 마당에 우리 급여로?
 
가뜩이나 긴급재난지원금에서 공무원을 배제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지자체가 나오는 판에 임금을 동결하고, 연가보상비를 삭감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마련한다는 보도에 공무원노조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연가보상비는 공무원 노동의 부차적인 대가인데 이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삭감할 수는 없다”면서 “공무원이 고통분담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보수위원회 등 제도적인 틀 내에서 논의해야지 떠보기 식으로 흘리고, 일방적으로, 일률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석 위원장은 또 “공무원이 단체행동권 등에 제약이 있다고 해서 공무원 급여나 연가보상비 등을 정부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면서 “이런 방식은 더는 통용되지도 않고, 묵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