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테크? 稅테크? 중요한 건 子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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財테크? 稅테크? 중요한 건 子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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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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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희의 썰] ‘이제와 돌아보니’(8)
윤설희 전 KB생명보험 부사장
윤설희 전 KB생명보험 부사장

그 고객은 7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이북출신의 자수성가형 부자였고 검약이 몸에 밴 분이셨다. 가끔 식사도 사주셔서 직원들의 인기와 존경도 받았다. 참고로 부자들은 밥을 잘 안 산다. 내가 근무했던 은행의 PB센터에서의 일화이다.

그는 강남지역에 괜찮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빌딩 가격이 오르고 있었고, 마침 매도 제안이 있어 우리와 협의를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던 중 그는 30대 중후반의 아들과 함께 센터를 방문했고 센터장인 나에게 아들을 인사시켰다. 아들을 잘 부탁한다며…. 아들은 어색한 듯 꾸벅 인사했고, 부친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말없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고생하며 기반을 닦는 부친의 뜻에 잘 부응한 아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해외 석사학위를 마친 후 귀국해 대기업에 입사했다. 직장생활 5년차인 아들은 아버지에게 조직생활의 이런저런 어려움을 수시로 토로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안쓰러워 퇴직을 권했고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 젊은 나이에 재산 관리라니. 그것도 자신이 이뤄 놓은 것도 아닌 것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말씀드렸다. “회장님. 아드님을 너무 약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두 번째 사례다. 대표적인 부촌센터에 근무할 때였다. 60대 여자 고객인 그분은 양조장을 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남편은 대기업 임원을 지냈다. 자녀들 또한 명문대, 유학코스를 밟고 전문가로 성장했다.

PB센터를 자주 방문해 이런저런 개인사를 털어놓았다. 한번은 고지서 하나를 앞에 두고 열통을 터뜨렸다. 손주의 영어 유치원 등록금 고지서였는데 보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등록금이 당시 우리 집 월 생활비보다 많았다.

와! 그들만의 세상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분, 매번 내주던 등록금이었는데 이번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란다. 평소에는 며느리가 청구서를 가져다주면 큰 생각 없이 받았는데 이번엔 좀 괘씸하더란다.

“어머니, 유치원 등록금 고지서예요. 기간 내에 내주세요.” 순간 목구멍에서 훅하고 치밀더란다. “빚 독촉 왔냐?” 말을 안으로 삼키고 하소연하러 뛰어온 것이다.

역시 유복한 집안 출신인 며느리는 유학 다녀온 남편의 월급으로는 결혼 전 생활수준을 유지 할 수 없었다. 친정어머니는 본인의 가사 도우미를 딸과 공유했고 시장 볼 때 자녀들 것을 포함해 한꺼번에 보았다.

그러다 보니 장 한번 볼 때 금액이 장난 아니었다. 월급은 푼돈이니 백화점, 청담동 나들이 때에는 친정 엄마가 계산했다. 자신만의 소비는 친정, 자녀의 교육비는 시댁. 나름 공정했다.

어느 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내 앞에 데려왔다. 경제 교육을 시켜달라고. 아니 여기는 부자 고객 자산관리하는 곳인데 다 큰 자녀 경제 교육까지? 황당해하는 내 앞에 싹싹하고 때 묻지 않은 맑고 고운 며느리가 앉았다.

“우리 어머니가 이제부터 경제 교육을 받으라 하시네요. 선배님이시라구요. 잘 가르쳐 주세요.”

아이고. 이걸 어쩐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냥저냥 이런저런 이야기, 사는 이야기만 실컷 하고 보냈다.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오세요. 후배님~~”하며. 그 이후 그 며느리는 결코 궁금한 것이 없었다. 궁금한 것도 뭔가 부족한 것이 있을 때,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을 때 생기는 법이다.

그간 내가 경험한 부자들은 부자가 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시샘의 눈초리들은 부모 잘 만난 금수저라며 그들을 폄하한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 주듯이 실제 물려받은 부자는 전체의 20% 수준이다. 그들은 부를 이루기 위한 ‘재(財)테크’에 시간을 바쳤다.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세(稅)테크’는 전문가 수준이다. 그들은 노력했고 물론 운도 좋았다.

그런데 재테크, 세테크에 성공한 그들이 ‘자(子)테크’에는 성공했을까? 대부분이 그렇지 못했다. 왜일까? 내가 못 누린 것을 내 자식만큼은 최고로 누리게 하고 싶었다. 자녀들은 없는 것 없이 누리며 컸다. 그들에게 없는 것은? ‘결핍’의 경험이다.

통상 1대는 돈을 모은다. 2대는 그것을 쓴다. 3대는 좀 다르다. 젊은 때는 아버지와 더불어 잘 쓰고 산다. 그러다 아버지가 재산을 다 써버리고 나면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에 처한다. 3대에게 할아버지의 부는 전설이 되고 아버지의 방만은 탄식이 된다. 우리말에 부자 3대를 못 간다 했다.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우리네 삶은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다. 비바람이 불어 온몸이 젖고 비틀거려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따사로운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이 불 때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와 미소를 지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적당한 결핍과 실패의 경험이지 않을까. 인간은 부족할 때 이를 채우기 위한 동기가 생긴다. 또한, 우리는 넘어질 때 배우고 성장한다. 부자 부모는 자녀가 결핍을 느낄새 없이 넘치게 채워준다. 행여 넘어질세라 자녀의 손을 꼭 붙든다. 자녀는 건너야 되는 징검다리 앞에서 부모를 쳐다본다. 그러나 부모는 영원히 같이 하지 못한다.

부자들의 자테크 실패 사례는 널려 있다. 힐튼호텔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의 사례뿐 아니다. 우리나라 유명인사의 자녀들의 일탈 행위도 단골 뉴스이다. 뉴스에 나와도 좋으니 부자 부모를 가져 보길 원한다고?

내가 만난 부자 중 행복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들은 집 앞 100m의 PB센터를 방문할 때 잘 차려입고 번쩍이는 손가락으로 서류에 사인하고는 2시간 동안 룸에서 울고 나갔다. 대부분 자녀들의 문제다. 그래서 부자에게 묻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혼인한 자녀의 근황이다.

그때 아버지와 같이 온 아들. 나는 아직도 젊디젊은 그의 공허한 눈빛이 생각난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참지 못하고 아버지의 권유를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 젊은이. 그는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훗날 관리 중인 부친 재산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꽤 많이 까먹었다는 후문이다.

친정과 시댁 어머니들의 지원으로 살아가는 맑고 고운 그 며느리. 그녀도 지금쯤은 중년이 되었겠다. 40대가 된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이번엔 시어머니에게 자식들 유학자금 청구서를 내밀고 있지 않을까?

빌 게이츠는 100조의 재산 중 100억만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100억에 놀라지 말고 그의 의도에 집중하자. 워런 버핏의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부자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가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안 것이다.

그간 부자들과의 경험으로 나는 자녀를 부족하게 키웠다. 아이가 중학교 때쯤 물었다. “엄마. 우리 집이 많이 어려운가요?” 친구들에 비해 사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던 아이는 궁금했던 것이다. 순간 나는 맘이 짠하면서도 안도했다.

부자 고객들이여! 아니 부자가 아니라도 자녀를 키우는 후배들이여! 이 어려운 시대에 재테크, 세테크, 짠테크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테크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내가 자녀에게 더 해 줄 것은 무엇인가? 아니 덜 해 줄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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