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국소방씨의 2020년 오늘’

소방공무원도 생활인…기대 큰데 바뀐건 없어
언론선 대서특필하는데 처우개선 소문만 무성
수당 신설·현실화…내·외근 격차 해소 등 필요 

5만 2000여 명에 달하는 소방공무원이 4월 1일부로 국가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처우개선 등의 조치는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9년 8월 신임 소방공무원 임명식 장면. 소방청 제공
5만 2000여 명에 달하는 소방공무원이 4월 1일부로 국가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처우개선 등의 조치는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9년 8월 있었던 신임 소방공무원과정 입학식 장면. 소방청 제공

나는 4월 1일부로 국가직 공무원이 된 국소방(남·35)이다. 충북 한 도시의 소방서에 근무한다. 8년차니 직급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 등에서 5만 2000여 명이 이 날짜로 우리가 국가공무원이 됐다고 대서특필이다. 국회의원들까지 메시지를 내는 등 숟가락 얹기에 바쁘다.

앞으로 대형 재난에 시·군 경계 따지지 않고 제때 출동해 대처할 수 있고, 지역 간 소방서비스 격차도 줄어든다고 한다.

인력 부족으로 구급차에 1~2명만 탑승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앞으로는 3인 탑승이 늘어날 수도 있겠다. 이 역시 좋은 일이다.

국비 지원이 늘어서 장비도 좋아지고, 치유센터도 생긴단다.
 
“소방만 없던 치유센터 2023년에 생긴답니다”
 
그동안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도 소방헬기가 있었더라면, 인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불을 빨리 끄고, 사람도 더 많이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그런데 지원이 늘어서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급대 출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대국민서비스가 개선된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자료:소방청
자료:소방청

하지만, 사실 난 아직 국가공무원이 된 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방000에서 지방을 뗀 공무원증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바꿔준다니 바뀐 건 아직 없는 셈이다.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월급과 수당도 그대로이다. 국가직화가 됐지만, 인사는 시도지사에게 위임됐으니 크게 바뀐 것도 없다.

지휘통솔권은 국가가 가지고, 소방령 이상의 인사는 중앙정부에서 한다지만, 우리 같은 현장 인력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가직화 기념식을 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국가직 됐지만, 공무원증도 아직 안 바뀌었어요”
 
물론 기대는 크다. 각종 시설도 생기고, 수당 신설 등 처우도 개선된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소방공무원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직이나 공상자가 많다. 연평균 순직자가 3.8명에, 공상자도 500명 안팎이다.

참혹한 현장에 노출되는 경우도 1인당 7.8회나 된다. 이 때문에 동료는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다. 우울증 등 유병률도 일반인의 4~10배나 된다.

하지만, 전문치료센터가 없었다. 군은 19개나 있고, 경찰은 경찰병원이 있는데 소방은 치료센터가 없어서 경찰병원에 위탁해 치료를 받아왔다.

심신건강수련원도 마찬가지다. 군은 9개, 경찰은 8개, 해경은 3개가 있는데 소방만 없다.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2023년이라 멀긴 하지만, 충북 음성에 복합치유센터가 생긴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소방수련원도 생긴다니 몇 년 후에는 그래도 여건이 많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화재진압 수당 신설 서둘러 주세요”
 
하지만, 말만 무성하지 수당 등 처우개선은 진척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화에 대한 기대는 상당 부문은 처우개선에 맞춰져 있다.

소방청에서 화재진압수당을 신설해 10만원씩 지급하려고 하는데 이게 어디선가 막혔다는 소문도 나돈다.

총선을 앞두고, 몇몇 정당에서 위험수당 등을 3배가량 올려준다고 한다. 고맙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선거 때 나온 얘기니까.

또 하나는 내·외근 간 급여의 차이 해소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요즘은 내근직으로 옮기라고 하면 누구도 손을 들지 않는다.

소방청 근무는 더 그렇다. 상관 눈치 봐야지, 일은 많은데 수당이 별로 안 붙어 오히려 급여가 줄기 때문이다.

내근과 외근의 수당 차이는 월 100만원쯤 나니 안 그렇겠는가. 위험한데도 외근직을 선호하는 것은 바로 돈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근 업무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매일 위험과 마주하지만, 우리도 생활인
 
일반 국민은 서울과 지방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이 급여 차이가 많이 나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는 지역 간 차이가 아니라 내·외근 간 차이가 더 크다.

위험수당 등의 신설 및 인상과 함께 이런 격차도 좀 좁혔으면 좋겠다.

대국민 서비스 향상이 주제인데 우리 얘기만 해서 사실 좀 그렇긴 하다. 하지만, 거듭 얘기하지만, 우리는 위험과 숙명처럼 마주하는 소방공무원이자 생활인이라는 점이다.

국가직화를 우린 자축한다. 그리고 밑에서 체감할 수 있는 조치들이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너무 욕심이 많은가.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com

이 기사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로 무엇이 달라지고,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는 얼마나 개선되는지, 또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는지를 소방청 자료와 소방공무원 취재를 통해서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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