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 8급 김선태는 어떻게 공무원 사회의 인플루언서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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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 8급 김선태는 어떻게 공무원 사회의 인플루언서가 됐을까
  • 김성곤 선임기자
  • 승인 2020.03.31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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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사이’(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3)

직급은 8급이지만…그는 이미 공무원 유튜브 대통령
“개인 유튜브였으면 성공했을까요. 그런 것 미련없어요”
들었다놨다 슬쩍 충주시 민원도 하고, 거만도 떠는 홍보맨
대본은 무슨…큰 줄기만 짜고 나머지는 순발력으로 해결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인 충TV에서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을 인터뷰하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 캡처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인 '충TV'에서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을 인터뷰하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 캡처

#1 “국무회의에 지각해본 적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지각하는 장관은 본 적 있나요?” “있다고요? 누군가요?”

#2 “행시 출신이지요. 어떻게 하면 차관이 됩니까.” “열심히 하면 됩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됩니다” “동기분 중에 차관하신 분이 있나요.” “아 하고 나간 사람도 있고, 현재 있는 사람도 있고…” “아 그럼 나머지 안 된 분들은 열심히 안 한 건가요."

거침없는 돌직구다. 뜸을 들이지도 않는다. 어떤 땐 거만하다. 모 부처에 가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담당직원을 마구 코너로 몬다.

한겨레TV가 라이벌이라고 했다가 적수가 안 된다고 했다가 마침내는 “나의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며 궁예가 된다.

슬쩍슬쩍 자신이 몸담고 있는 충주시 민원도 끼워넣는다. 목발을 짚고 세종청사에 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충주에 거점 병원이 없어서 그렇다”면서 충주에 의대 설립을 해달라고 떼를 쓴다.

어떤 땐 충주교도소를 소개한다며 떡 하니 죄수복을 입고 교도소에 들어앉아 카메라를 돌려댄다.

대한민국 지방공무원 8급 김선태 주무관(홍보담당관실)의 얘기이다.
 
돌직구로 코너에 몰았다가 슬그머니 꼬리…
 
8급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코 다친다. 충북의 조용한 도시 충주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공무원 유튜브계의 황제다. 팔로워가 7만명을 넘은 지 오래다.

‘충TV(충주시 공식 유튜브·링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홍보맨 김선태가 더 유명하다. 충주시를 넘어 정부나 공직사회의 전사가 됐다.

각 부처가 그를 모셔다가 홍보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안테나에 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의 유튜브는 전달력이 뛰어나다. 속칭 공무원 냄새가 안 난다. 그의 성공비결이다. 돈은 많이 쓰고, 사람 많이 투입하는 기존 틀에 박힌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홍보는 따라갈 수가 없다.

충북 충주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충TV 화면 캡처
충북 충주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충TV 화면 캡처

기자는 뒤늦게 홍보맨 김선태의 소문을 들었다. 기자 말년이 되니 모든 게 시니컬해진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요즘 젊은 애들이야 그런 것 다 잘하잖아”하고 남의 일처럼 치부하면 맘도 편하고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그러다가 세종시를 오가면서 KTX와 SRT 안에서 젊은 공무원이 카카오톡으로 보낸 홍보맨의 세계에 한번 들어가 봤다.

재밌다. 그리고 부담스럽지가 않다. 과하다 싶을 때 능숙하게 빠져나온다. 갑자기 김선태가 궁금해졌다.

그는 이미 스타다. “이 바쁜 분 통화나 될까….” 그런데 의외로 쉽게 통화가 된다. 남들 인터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대답도 잘한다.

“공무원 시험 봐서 들어왔어요. 아니면 경채 출신인가요.”

“아 공무원 시험 봐서 들어왔어요. 9급요.” 의외다. 나는 그가 홍보 주특기로 경력채용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평범한 동사무소 직원에서 유튜브 스타로
 
그의 순발력은 이미 경지에 올랐다. 그도 그것은 인정했다. “타고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첫 근무는 어디서….“ “동사무소에서 1년 반 근무했어요. 홍보담당관실 와서는 1년 반 됐고요.”

1987년생이란다. 결혼도 했고, 출발은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재미난 포스터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대는 유튜브가 대세였다. 이때 조길형 충주시장 등 윗분들로부터 유튜브를 하라는 하명을 받는다.

하여튼 충주시 유튜브에서는 조 시장이 김 주무관에게 “유튜브해 유튜브” 하는 장면이 있긴 하다.

그래서 사실이냐고 물었다. 맞단다. 그렇게 지난해 4월 7일 충주시 유튜브가 시작됐다. 곧 1주년이 된다.

“디테일도 조 시장이 하셨나요.” “아뇨~ 디테일은 우리가 제안했지요.” 즉답이다.
 
큰 줄기만 짜고 나머지는 진행하면서…타고난 임기응변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54편을 만들었다. 평균 일주일에 한 편이 넘는다. 다작이다. 그런데 대부분 그와 카메라 담당 둘이 하거나 아니면 가끔 셋이 나간단다.

그래서 초기 “연간 제작비가 60만원”이라는 얘기가 나온 모양이다.

당시에는 이렇게 뜰 줄은 조 시장도 몰랐고, 김 주무관도 몰랐다.

좌충우돌 그의 일탈은 처음엔 제동이 걸리기도 하고, 수정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공무원 사회의 인플루언서가 된 후에는 거의 그에게 맡겨놓는다.

시나리오는 어떻게 짜냐고 물었다. “주요 질문은 정리가 사전에 되지만 큰 줄거리만 준비합니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넘어갑니다.” 역시 대단한 순발력이다.
 
쉽게 가볼 수 없는 곳 교도소 체험 기억에 남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뭐냐고 물었더니 충주교도소 체험이란다. “쉽게 할 수 있는 체험이 아니잖아요.”

인터뷰하다가 높은 분들이 화를 낸 적은 없냐고 물었다. “화요. 그런 분들은 없었어요. 홍보하려고 나왔다가 화냈다가는(ㅋㅋㅋ)… 끝나고야 밖에 나가서 뭐라 했는지는 모르지만….”

“충주시 유튜브도 뜨고, 홍보맨 김선태도 떴는데 개인 유튜브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냐”는 물음에 “그런 말씀들 많이 하시는데 그런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진짜 그럴까. 그런데 그는 이미 대답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아마 이게 개인 유튜브였으면 이렇게 안 됐을 수도 있어요. 충주시 유튜브로 시작하니 (관영매체인) 이 유튜브에서는 못하겠지 하는 것들을 제가 해대니까 흥미를 유발하고 잘 된 것 같아요.”

잘 나가는 그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에 대한 고민이다.

벌써 54편… 일주일에 한편이 그의 입과 몸을 거쳐서 나온다

명에 따라 들고 나는 게 공무원인데다가 길게 보면 이것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가 일궈놓은 충주시 유튜브의 배턴을 누군가 잘 이어받아야 하는데…”하는 걱정이다.

그리고 이내 “톡톡 튀는 아이디어맨이 나오겠지요”하고 분위기를 바꾸더니 “벌써 1주년이라고요? 이벤트를 한 번 생각해봐야겠네요.” 그는 벌써 새로운 아이템 준비로 옮겨가고 있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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