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공천 관료 출신 성적표 뜯어보니〉

준비 부족에 중앙당 끈 없어 잇단 고배
탈락 뒤 자기 실력 깨닫지만, 그땐 늦어
대부분 여당서 낙점…TK에선 관심 없어

정문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국회. 서울신문DB
정문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국회. 서울신문DB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 공천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공직사회의 관심사는 부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의 공천 성적표다. 반응은 ‘뜻밖’ ‘예상대로’ 등으로 엇갈린다.

대체로 보면 서울시 출신 부단체장이 약진했고, 행안부 출신 부단체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행정관료들이 손은 많이 들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TK서 추풍낙엽…김승수 전 부지사만 생환
 
여당에서는 그래도 행정관료들이 제법 공천을 받았지만, 야당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예상했던 대로 정무직 부단체들은 경쟁력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장 금배지를 향한 도전 기회가 주어졌다.

29일 각 정당과 관가에 따르면 21대 총선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주요 정당 공천을 받은 행정·경제 관료와 전·현직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은 대략 15명쯤 된다.

당초 자천타천 출마자로 분류된 인원이 30여명을 웃돌지만, 이 중 실제로 행동에 옮긴 관료들은 20여 명이 조금 넘는다.

10여 명은 간만 보다가 여의치 않자 출마를 포기했고,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본선경쟁을 위해 뛰다가 안타깝게 고배를 든 관료들도 적지 않다.

행정안전부 출신 관료로는 한경호 전 세종시 행정부시장(경남 진주을)이 더불어민주당, 김승수(대구 북구을) 전 대구시행정부시장이 미래통합당 공천을 각각 받았다.
 
서울시 출신 행정·정무 부시장 대거 포진
 
이 중 김승수 후보는 막판 경선까지 치르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한경호 후보는 민주당 영입 인재로 분류돼 비교적 쉽게 공천권을 따냈다.

자료:각 정당 및 관가
자료:각 정당 및 관가

이상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대구 북구갑)과 김장주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경북 영천·청도), 김현기 전 경북부지사(경북  고령·성주·칠곡) 등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미래한국당의 문을 두드렸지만, 선택을 받지 못했다.

행안부 출신과 달리 서울시 출신 부단체장들은 훨훨 날았다. 지난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무난하게 전북 정읍·고창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았고, 막판에 뛰어든 강태웅 전 서울시행정부시장도 서울 용산에서 민주당 낙점을 받았다.

서울시 정무부시장들 역시 대부분 민주당 공천을 따냈다. 진성준 전 정무부시장은 서울 강서을에서, 김원이 전 정무부시장은 전남 목포에서 각각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서울시 외의 지역에서도 정무부시장은 대부분 공천을 받는 데 성공했다.

허종식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인천 동구미추홀갑, 강준현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은 세종을,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광주 동남을, 이원택 전북 정무부지사는 김제·부안, 이장섭 충북정무부지사는 충북 청주서원, 나소열 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는 보령·서천, 박영순 대전시 정무부시장은 대전 대덕에서 각각 민주당 공천을 따냈다.

단체장 견제 등 악조건 극복 쉽지 않은 부단체장들
 
이밖에 경제 관료로는 깅경욱 국토교통부 차관이 민주당 충북 충주에서, 정만호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서 각각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

행정관료들의 공천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냉정하게 얘기하면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단체장으로 지방에 가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출마를 꿈꾸기 마련이다. 주변에서도 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분류한다.

그러다가 우쭐해서 출마하는 경우가 많지만, 막판에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자체에서 표밭갈이를 하려고 해도 단체장 등의 견제로 쉽지 않다. 일은 안 하고, 운동(?)만 한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당과의 끈인데 행정관료에게는 이것 역시 자신 없는 영역이다.
 
강태웅·한경호 이해찬 대표와 인연 주목받아
 
이번에 민주당 공천을 받은 부단체장 가운데 관가에서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 후보가 강태웅 전 서울시 부시장과 한경호 전 세종시 부시장이다. 특히 강태웅 전 서울시 부시장은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눌러 주변을 놀라게 했다.

관가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들과 이해찬 대표와의 인연에 주목한다. 강 후보는 이 대표가 서울시 정무 부시장 때, 한 후보는 세종시 정무부시장으로 있을 때 지역구 의원인 이 대표와 인연을 쌓았다는 분석을 한다.

정치는 프로의 세계이고, 결단력과 추진력에서 한참 뒤지는 관료 출신들이 그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는 평이다.

김성곤 선임기자·노혁진 전문기자·송민규 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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