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공거사 안정훈의 ‘내 맘대로 지구 한바퀴’
‘인생2막이 본방’이라는 자유인의 지구촌 유랑기
150ⅹ220/353쪽/라온북 1만 7000원

교보문고 여행 서적 베스트셀러로 오르내리는 안정훈의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
교보문고 여행 서적 베스트셀러로 오르내리는 안정훈의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

준비를 많이 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일단 시작한 자와 아직도 생각 중인 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준비하는 자와 아직도 생각 중인 자는 실패하지 않거나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좋다. 스스로 그것에 만족한다면 더 좋다.

그러나 그냥 시작한 자, ‘무대뽀’로 일단 시작한 자에게는 결과가 남는다. 실패든 성공이든….

처음에는 중국을 목표로 했다. 삼국지 역사 유적 탐방 여행이었다. 그런데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그의 계획도 틀어졌다.

그래도 꾸린 짐, 일단 떠나기로 했다. 기왕이면 학창시절 꿈꿨던 오마 샤리프가 나오는 ‘닥터 지바고’의 무대 시베리아 횡단을 해보기로 했다.

이것이 그를 729일간 지구를 떠돌게 할 것이라고는 그 자신도 몰랐다.

평생을 군에서 몸담았다. 공군 정훈감으로 준장 예편한 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지공거사’를 벗어 던지고, 그래 더 늙기 전에, 치매 걸리기 전에 떠나자고 세계를 향해 뛰어내린 안정훈의 얘기가 책으로 나왔다.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다.

65세에 시작한 시베리아 일주는 그에게 내재해 있던 집시 본능을 일깨웠다.

무작정 시작한 시베리아를 횡단의 끝에서 북유럽 4개국을 만났고, 발트 3국, 동유럽 발칸 13개국을 돌았다. 남유럽을 거쳐서 모로코. 난생처음 만나는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청년과 모로코 친구들과 어울려 밤을 새웠다. 낯선 이들과 사이에 존재하던 거리가 없어졌다. 여행이 이끈 그의 변화다.

“그래 이젠 마쳐야지” 했을 때 남미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세계를 떠돌겠다고 맘먹었으면 결코 이어지지 않았을 여정이다. 타고난 역마살에 하고 싶은 것 하다가 죽자는 절박감, 노 플랜, 노 디테일, 여기에 안정훈 특유의 느긋한 게으름이 가세해 빚어낸 결과물이다.

소매치기와 불량배, 멋모르고 들어선 암흑가까지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곳에도 가슴 따뜻한 사람이 있었고, 시간은 고난을 추억으로 만들었다.

당뇨와 고혈압 등 요즘 말하는 기저질환자였던 그를 여행은 건강체로 만들었다. 네팔에서는 평생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고, 35일 동안 포카라에서 바라만 보던 4500m 메르디 히말라야 베이스캠프(MBC)를 올랐다.

그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잠시 멈춰섰지만, 친구와 넷이서 SUV로 시베리아를 시작, 대륙을 건넌 뒤 실크로드를 거꾸로 도는 꿈에 부풀어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그때 못 가본 아프리카 종단도 해보고 싶어요. 아 물론 맘 내키면요.” ‘무계획 안정훈’의 계획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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