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실향민 부녀회’ 출범식 대신 사랑의 마스크 만들기 나서
“손으로 만들지만, 정전기 필터 부착된 살균 위생마스크예요”
목표 2000개 가운데 500개와 손소독제 이번주 대구에 전달키로

지난 10일 평안북도 읍면동장협의회 부녀회원들이 사랑의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지난 10일 평안북도 읍면동장협의회 부녀회원들이 이북5도위원회 통일회관에서 사랑의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이북5도위원회 2층 통일회관 회의실.

‘드드드드…’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와 10여 명의 어르신들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봉제공장에 들어선 듯하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한쪽에서는 마스크 부직포와 정전기 필터를 자르느라 가위질이 한창이다.

“이리 와서 이것 좀 봐 줘. 나는 이게 잘 안 되네….” “어휴 힘들어 2000개를 만들지 모르겠어.”

오영찬(가운데) 평안북도지사와 주옥인(74 왼쪽), 박상옥(66 오른쪽) 사랑의 마스크 만들기 운동본부 부회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영찬(테이블 왼쪽) 평안북도지사와 박상옥(66 테이블 가운데) 사랑의 마스크 만들기 운동본부 부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말은 힘들다고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힘든 구석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평안북도 사랑의 마스크 만들기 운동본부’ 회원들의 모습이다.

이들이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부터다.

지난 2월 평안북도읍면동장협의회 발족식을 하려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미뤄지면서 오영찬 평안북도지사와 김인자(60) 평북읍면동장협의회 회장 등 부녀회원이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마스크를 만들어서 코로나19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실향민들에게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20여 명의 부녀회원들이 금세 모였다. 일단 재봉틀부터 구하기로 했다. 할머니 일곱 분이 집에 있던 재봉틀을 들고 나왔다. 3대는 동대문에 가서 중고를 구입했다.

평안북도 부녀회원들이 재봉틀로 수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면 마스크지만, 정전기 필터 등을 넣고 산균한 위생 마스크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평안북도 부녀회원들이 재봉틀로 수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면 마스크지만, 정전기 필터 등을 넣고 살균한 위생 마스크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비용은 오 지사와 도민들, 그리고 회원들이 조금씩 보탰다. 이들은 비용 절약을 위해서 밥도 이곳에서 직접 해먹는다.

하지만, 쉽진 않았다. “애로점이요? 처음이다 보니 진도가 안 나가서 힘들었어요. 어르신들끼리 잘했다 못했다. 다투시기도 하고요(웃음)… 이제는 모양도 예뻐지고, 빨라졌어요.”

김인자 회장의 얘기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60대부터 8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만드는 마스크는 ‘KF-94급’은 아니다. 면 마스크다. 하지만, 정전기 필터도 들어가고, 살균 소독을 제대로 거친 위생 마스크다.

이번 주 일단 대구에 가서 마스크 500개와 소독제를 전달할 계획이다.

“목표는 2000개인데 쉽진 않겠지만, 어르신들이야 흥으로 하니까 지금은 힘들다고 해도 기분 좋아서 아마 또 할 겁니다. 여유가 있으면 구청 미화원분들 드리려고요."

쉽지 않아 보이는 데 의외로 김인자 회장은 목표달성에 낙관적이다.

평북 부녀회의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도민회도 나섰다. 5도회 부녀회장들은 11일 모임을 갖고, 사랑의 마스크 나누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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