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모두 위원회에 미루면 어쩌지”

“과거처럼 문제되면 담당자만 독박쓰면 어찌하나”

“위원회가 옥상옥돼 인·허가 더 지연되면 어쩌나”

“관건은 지속성과 정부에 대한 공무원의 신뢰”

자료:인사혁신처
자료:인사혁신처

정부가 적극행정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번에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까지 나서서 합동으로 적극행정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적극행정 운영규정’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까지 제정했다. 30일 국무회의도 통과했다.

눈에 띄는 것은 중앙과 지방에 ‘적극행정 지원위원회’까지 두도록 한다는 것이다. 법령이 불분명하고, 문제가 있어서 인·허가 처리를 망설일 경우 위원회에 넘겨서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간위원도 참여한다.

인사혁신처가 주최한 적극행정 다짐대회. 사진 인사혁신처 제공
인사혁신처가 주최한 적극행정 다짐대회. 사진 인사혁신처 제공

적극행정을 하다가 문제가 되면 책임을 면해주는 면책범위도 확대키로 했다. 특히 위원회를 통과한 행위는 징계가 면제되도록 했다. 각 기관은 매년 반기별로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선발하고 이 공무원에 대해 특별승진·특별승급·근속승진 기간 단축·포상휴가·전보 우대 등 각종 혜택을 주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한 해석도 상반된다. “공무원이 얼마나 움직이지 않으면 이런 조치까지 내놓았을까요.” “그동안 이런 게 없어서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못했나요. 적극행정, 면책 외치다가 문제가 되면 간부들은 다 빠져나가고 하위직 담당 공무원만 다치는 구조가 단군 이래 지속되고 있는데 이번이라고 다를까요.” 적극행정에서 면책과 인센티브를 ‘공자님 말씀’쯤으로 여기는 게 공직사회의 평가다.

의문1법령이 긴가민가한 것은 위원회에 보내고, 위원회를 거친 것은 면책해준다는 데 공무원이 모두 위원회에 보내면 어쩌나.

실제로 역대 정부의 모든 위원회가 공무원이 결정하기 어려운 것들을 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등 책임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위원회를 면피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의문2위원회가 옥상옥이 돼 오히려 인·허가가 늦어지는 것은 아닐까.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인·허가 등을 해주라는 것인데 위원회에 가 부지하세월이면 어떻게 하는가. 서로 핑퐁치다가 시간만 보내는 것은 아닐까.

의문3문제는 거의 몇년이 지나서 사정기관의 실적주의의 덫에 걸리면 적극행정은 자취를 감추고, 담당 공무원이 독박을 쓰는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닐까. 그때도 이런 약속은 유효할 수 있을까. 이미 감사원에서 문제를 삼거나 형사고소·고발되거나 민사소송에 휘말렸는데 법률전문가의 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과거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잖은가.

물론 “그렇게 의문이 많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우리 행정의 자화상이다.

답은 권한과 면책,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였다. 안정섭 국가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면책제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제도는 있지만, 감사 때는 담당자가 적극 행정임을 소명해야 하고, 감사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대민접점에서 적극행정을 집행하는 담당자의 실질적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윗사람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그에 맞는 권한도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 역시 “대폭적인 권한의 위임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위임전결규정의 전면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기능을 통한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을 강화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적극행정에 대한 전문성 있는 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행정 시책이 공무원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극행정 제도는 정권이 바뀌고, 책임자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적용해 공무원이 적극행정 때문에 나중에 감사를 받고,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사라지면 당연히 적극행정은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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