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줄줄이 연기…공무원시험 세계 입체 조망

공시생, 초기 패닉 상태 벗어났지만, 일정 몰라 답답함 호소
학원가, 실강 폐강 상태…온라인 인터넷 강의·온라인으로 대체
강사들, “컨디션 조절하고 복습 기회로 삼아야 이긴다” 조언
정부·지자체, “코로나19 상황 다소 호전됐지만…좀 지켜봐야”
지연된 시험 실시까지 당초 예정 4·5월 넘기는 상황 올 수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급 공무원 시험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공시생들의 컨디션이 흐트러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광주에서열린 공직박람회 모습. 인사혁신처 제공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무원 시험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공시생들의 컨디션이 흐트러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공직박람회 모습. 인사혁신처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가직, 지방직할 것 없이 공무원 시험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향후 시험일정이 안갯속이다.

서울 노량진 등 오프라인 학원은 올스톱 상태이고, 수험생들은 초기 패닉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이제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학원가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상태에서 확실한 것은 ‘시험이 취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선 공무원 시험 학원 강사들은 “마음이 풀어지고, 컨디션을 잃으면 끝장이다”고 경고한다. “하루라도 빨리 맘 잡고 공부를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시험 연기로 혼란에 빠진 공무원 시험 세계를 입체적으로 점검해봤다.
 
수험생들 정부 조치 이해하면서도 힘겨워 해
 
공무원 시험이 연기됐을 때 공시생들은 하루 이틀은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한다.

공무원 시험 전문학원인 공단기 이선재 강사는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연기가 맞지만, 시험일에 맞춰서 공부와 컨디션을 조절해온 수험생들은 충격과 함께 힘겨워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공시생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 1회 공·경채나 국가직 9급 시험의 경우 좀 더 빨리 시험 연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을 텐데 늦게 발표해 수험생들을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학원, 평소 온·오프라인 통합돼 있어서 그나마 다행 

한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의 온라인 홈페이지. 시험 연기에 따른 강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의 온라인 홈페이지. 공무원 시험 연기에 따른 강의 상품을 수험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공시생이라면 한 번쯤 거쳐가는 노량진 등 공시 학원가는 사실상 휴업상태다.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금세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여기고 수업을 진행했으나 정부의 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뒤에는 실강은 대부분 중단됐다.

다행인 것은 이미 공시학원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통합돼 있다는 것이다. 실강과 온라인 강의를 같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강을 못 하면서 경제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온라인 강의로 그 타격을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게 학원가의 반응이다.

대신 학원 강사들은 강의를 녹화하느라 분주하다. 빨리 온라인 교재를 만들어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량진 A학원의 한 원장은 “경제적인 손실이야 어쩔 수 없지만, 가장 불안한 것은 불확실한 일정이다”고 말했다.
 
안갯속이기는 정부·지자체도 마찬가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맞서 싸우는 정부로서는 공무원 시험의 연기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부터 수험생을 보호하고, 질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시험 연기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월 이후 혹은 5월 이후로 ‘잠정 연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답답하기는 정부와 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공무원 시험이 정부 인력 충원의 문제를 넘어서 청년 실업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수험생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서 (코로나19가) 조금씩 긍정적인 신호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시험의 취소 등의 사태는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상황이 나아지면 좀 더 진전된 내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등 지자체도 “지금은 코로나19의 극복이 우선이다”면서 “코로나19 진정세를 봐가면서 시험일정을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자료: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및 각 지자체
자료: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및 각 지자체

코로나19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시험일정을 공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예방을 하려면 시험장에서 수험생 간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시험장 섭외는 물론 관리 인원도 적지 않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 정부와 지자체는 감염 차단 방안과 함께 이후 6월 13일 지방직 시험의 연기 여부와 그다음 일정까지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서 공식 방침을 공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인내심과의 싸움
 
그렇다면, 수험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구동성으로 꼽는 게 컨디션 관리이다. 이선재 강사는 “맞이하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서 기회일 수도 있고, 공백이 될 수도 있다”면서 “(수험생에게)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다잡고 인터넷 방송이나 영상편지 등을 통해서 공부하라’고 다독이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검찰직 전문학원 진용은 원장은 “절대 풀어져서는 안 되고, 지금까지 공부해온 내용을 다시 차근차근 반복해서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량진 공시학원의 이모 강사는 “마음이 풀어지면 이번 시험은 망치게 된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신이 강한 수험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확하게 집계된 바는 없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최소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올해 공무원 충원은 국가직 6110명, 지방공무원이 3만 2042명에 달한다. 

김성곤 선임기자·노혁진 전문기자·송민규 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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