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과로사 신창섭 주무관이 남긴 과제

비상시 조직 신축적 운용·휴무 강제 의무화 필요
“누구에게나 인정받았는데…” 전주시 순직 신청

노조, 남은 어린 아들과 유가족 위해 모금운동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비상근무 중 과로사한 고(故) 신창섭 전주시청 주무관을 추모하는 분양소 모습.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주시지부 제공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비상근무 중 과로사한 고(故) 신창섭 전주시청 주무관을 추모하는 분양소 모습.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주시지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근무를 하다가 과로로 순직한 전주시 고(故) 신창섭 주무관 가족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아울러 고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한 제도 개선도 노조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신 주무관은 지난 27일 새벽 2시. 전날 밤 11시를 조금 넘겨 “몸이 피곤하다”고 일찍 들어와 잠자리에 든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회생하지 못했다.

확산하는 코로나19에 묻혀 왁자지껄하던 세상의 관심도 시들해진 지난달 29일 고인의 장례는 전주시청장(裝)으로 치러졌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조효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주시지부장이 공동장례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고인과 함께했던 전주시청 동료들은 눈물로 그를 떠나 보내야 했다.

장례식이 끝났지만, 전주시청 로비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분양소가 마련돼 있다.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동료들의 약속이다. 그는 떠났지만, 분양소는 6일까지 운영된다.

안타까워하면서도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일이 몰려 향조차 올리지 못한 동료들이 분향소를 찾는다. 민원실에 들렀다가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들도 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비상근무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겪는 직원도 있지만, 심리치료는 생각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김문영 전공노 전수시지부 사무국장의 얘기이다. 그는 “그동안 인력 부족에 따른 과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결실을 보기도 전에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갔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효자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과 9살난 아들 셋이서 살았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성실한 직원이었고, 가장이었다는 게 주변 동료들의 평가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도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 등 건강한 그였다. 숨지기 전날 오전 9시 고인과 업무협의를 한 한 직원은 “젊고, 성실하고, 그날도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그가 남긴 과제는 무엇일까.

숨지기 전 신 주무관은 총무과 소속으로 총괄대책본부상황실 업무와 신천지 교인 전수 조사 등의 업무를 보았다고 한다.

매일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였고, 1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노조 게시판에는 구조적인 시스템에 대한 지적과 울분이 쏟아지고 있다.

“대휴요? 야근했다고 대휴를 갈 형편이 되나요. 모두 비상근무를 하는 마당에….” 결국은 인원의 문제다.

비단 이는 전주시청만의 얘기가 아니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야근하고 쉬려고 해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어서 못 쉰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휴 등을 시스템화해야만 고인과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얘기이다.

야근의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대휴 등 휴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원타령만하다가는 ‘제2제3의 신창섭’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직을 신축적으로 운용해 비상 시에는 다른 부서 직원을 전환배치하는 등 유연한 운용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코로나19부터 막아야지요. 하지만, 한순간에 가장을 잃고 슬픔에 빠진 어린 아들과 미망인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계속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도개선은 꼭 이루겠습니다. 제2 제3의 신창섭이 나오지 않도록 말입니다.” 김 사무국장의 얘기이다.

전주시는 고인의 장례를 전주시청장으로 치른 데 이어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따라 인사혁신처에 순직 신청을 준비 중이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슬픔을 넘어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남은 자들의 몫이지요.” 어느 지자체 공무원의 얘기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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