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한국행정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행정자치부차관, 시인)
희망과 긍정의 사회적 담론을 만드는 리더십
‘코로나19 극복’의 리더십 : 희망과 긍정의 사회적 담론을 만드는 리더십/정재근 (한국행정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전 행정자치부차관, 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으로 온 나라가 분주하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을 사회적 담론을 주제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활발히 논의하는 주제를 사회적 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담론은 특정 시대 그 사회를 관류하는 사회 구성원의 집단적 관심사의 표출이라고 보면 된다.
사회적 담론은 사회 대다수 구성원의 관심사이므로 많은 경우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어 법제도의 개선과 예산의 투입으로까지 연결된다. 현재 어느 사회의 담론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주요 신문의 1면 머리기사나 사설에서 또 방송 토론에서 무엇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가를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담론은 우리에게 사회구성원들의 관심사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중요한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 담론에는 우리 사회가 장차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구성원의 염원이 함께 담겨 있기에 지금 우리 사회의 담론이 무엇인지를 보면 5년이나 10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너의 미래 모습은 네가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달렸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처럼 사회적 담론은 사회 구성원의 현재 행위를 유도함으로써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매우 중요한 사회적 담론은 대개 두 가지 형태로 표출된다. 첫째는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우려나 정부 대응의 부족에 대한 비난의 형태로 표출되는 경우이다. 둘째는 문제의 폭로나 비난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희망까지 포함하는 긍정의 담론으로 승화되는 경우이다.
첫 번째의 표출방식이 무엇을 담론으로 할 것인가 하는 주제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면 두 번째 표출방식은 선택된 주제를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정과 좌절만을 얘기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그를 뛰어넘는 긍정과 희망까지 얘기할 것인가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던 사회적 담론은 문제의 제기로 끝나지 않고 이를 극복해야 하고 또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의 담론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온 국민이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얘기하곤 하던 그 담론으로 우리는 반만년에 걸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80년대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민주주의의 담론은 끝내 정치 민주화를 이끌어 냈고, 1990년대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쳤고 지방자치를 도입했다.
1997년 이른바 IMF 외환위기 때는 뭉쳐서 기필코 극복해야 한다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담론을 통해 전 국민을 아우르는 ‘금반지 기부 열풍’을 이끌어 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담론은 당연히 코로나19 극복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담론을 어떠한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담론의 표출 방식은 갈등과 분열의 방식인가, 아니면 희망으로 가는 화해와 긍정의 방식인가?
여도 야도 진영논리에 의해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하면서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실망을 심지어는 절망을 심어주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위해 대구로 가고 있다.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국민과 기관, 단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돕고 싶어도 그리하지는 못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응원을 보내는 더 많은 국민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코로나19의 ‘대응거버넌스’만 잘 되어 있다면 충분히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단지, 거버넌스는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주체 간의 신뢰를 통해 작동한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위기극복을 위해 협조가 필요한 사회의 모든 주체들, 예컨대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집단, 기업, 일반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 내용이 기관별로 서로 다르거나 의사결정과정이 불투명할 때 국민은 컨트롤 타워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걱정할 것이다. 반면 정부가 여러 협력주체를 ‘대응거버넌스’ 체계 안에 잘 포함시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만 보여 주면 우리 국민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희망의 담론을 만들면서 함께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위기 때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유전자를 입증해 왔다. 부디 이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유전자가 또다시 발현되어 우리의 사회적 담론이 잘못을 지적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열과 갈등의 담론에 그치지 말고, 문제를 인정하고 건설적 제안을 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는 화해와 긍정, 그리고 희망의 담론으로까지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리더는 사회적 담론을 만드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위기 상황일수록 희망과 긍정의 담론을 만든다. 희망과 긍정의 담론이 살아 숨쉬기 위한 전제는 신뢰이다.
그러므로 진정 훌륭한 리더는 사회 또는 조직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고 이를 통해 희망과 긍정의 담론을 만들어내서 그 사회를 정말 구성원들이 희망한 대로 바꾸어 낸다.
당신은 지금 희망과 긍정의 담론을 얘기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좌절과 부정의 담론을 얘기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