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부서 마스크 지급 국민 눈치보기
제도개선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남 탓’
“이 판국에 복무감찰…줄건 주고 하라”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종로구청 청소과, 종로구 보건소 보건위생과 감염관리팀 관계자들이 물청소와 코로나 19 예방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종로구청 청소과와 종로구 보건소 보건위생과 감염관리팀 관계자들이 물청소와 코로나 19 예방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의료담당 공무원은 물론 일반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곳곳에서 허술한 방역과 과로를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급기야는 전북 전주시청 총무과 행정 7급 A(43)씨가 비상근무 중 “피곤하다”며 밤늦게 귀가한 뒤 다음날 새벽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주변에서는 과로사로 보고 있다.

A씨가 숨지기 전부터 현장에서는 ‘민원 부서 마스크 지급’, ‘비상근무 후 대휴제도 개선’ ‘상황실 3교대 도입’ 등의 요구가 빗발쳤었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공주석·시군구연맹) 등 공무원 노동단체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공무원들의 안전책과 근무시스템의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심지어 A씨의 죽음 이후에도 아직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각 지자체에서는 코로나19 대응 태세 점검을 위해 복무감찰을 실시 중이다. 감찰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급할 것을 지급하고, 지켜줄 것은 지켜주면서 감찰을 하든지 하라”는 볼멘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상태에서 거리를 활보하는 일탈 공무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는 게 현장 공무원들의 얘기이다.
 
일선 공무원에 마스크 안 주나 못 주나
 
지난달 경남의 한 자치시 공무원은 온라인 게시판에 민원부서만이라도 마스크를 지급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요구는 경남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자체의 공통된 현상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지자체는 물론 중앙부처도 마스크는 자신이 사서 써야 한다.

한번 쓰고 버리는 마스크를 매번 지급하려면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매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이 있어도 지급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요즘처럼 마스크 구하기가 명절 때 ‘귀성표 구하기’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공무원만 마스크를 단체로 구입해 착용할 경우 불어올 역풍도 우려된다.

실제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시 북구는 예산을 책정해 마스크를 구입,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이를 백지화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못 구해 안달인데 공무원만 세금으로 마스크를 사서 썼다는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전염병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개선 안 되는 비상근무 시스템

구제역이나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 등 전염병이 도래할 때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비상근무를 한다.

방역 작업이 하루 이틀 새 끝나지 않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과로로 숨지는 공무원이 나온다.

상식적으로는 비상근무로 24시간을 하면 대체휴무를 써야 하지만, 이게 그리 쉽지 않다.

지방공무원복무규정 제2조(비상근무의 종류) 제4호에 근거해 비상근무 명령이 떨어지면 자치단체장이 평일에도 휴무를 주게 돼 있지만, 이를 제도화한 곳은 세종시 등 전국에서 두 곳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24시간 초과근무를 해도 4시간 초과근무로 인정받을 뿐이다. 이러니 대체휴무를 갈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꼭 쉬고 싶다면 연가를 내야만 한다. 지난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에도 파주와 연천 일선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근무자가 연가를 쓰고 쉬어야만 했다.
 
각 시도에 설치된 상황실은 24시간 근무 후 24시간 쉬고, 다음날 투입된다. 시군구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이게 겹치면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4교대는 안 되더라도 최소한 3교대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주는 것은 기본”
 
공무원은 방역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의료에서부터 119구급대, 경찰, 일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져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마스크가 없다고 의료인까지 마스크를 안 쓰고 업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선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비상근무 시스템도 중앙과 지자체가 서로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대체 휴무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지방공무원 복무규정도 과감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주석 시군구연맹 위원장은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부터 비상근무 관련 대체휴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마스크 등 최소한의 방역장치는 정부가 해주고, 근무 시스템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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