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과장 자리 둘 여성이 꿰차…‘금녀의 벽’ 무너져
자치행정과 72년 만에, 조직기획과 57년 만에 처음
여성 공무원 30.3%, 전형적인 남성부서에 변화바람

행정안전부 금녀의 벽을 넘어선 채수경 자치행정과장(왼쪽)과 서정아 조직기획과장. 행안부 제공
행정안전부 금녀의 벽을 넘어선 채수경 자치행정과장(왼쪽)과 서정아 조직기획과장. 행안부 제공

행정안전부에 여풍이 거세다. 그동안 남성들이 독점했던 노른자위 과를 속속 여성들이 꿰차고 있다.

26일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채수경(사진 왼쪽·44) 지방인사제도과장이 자치행정과장에 임명되면서 72년간 이어오던 ‘금녀의 벽’이 무너졌다.

자치행정과장 자리는 1948년 내무부 때에 생긴 행정과가 모태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여성 과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

지방자치제 도입 전에는 전국 지자체의 인사를 주물렀다. 지금도 지방행정의 지도·감독·조정에서부터 3급 이상 지방 공무원 임용시험의 운영·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예전에는 이 자리를 거쳐서 행정국장, 차관으로 가는 필수 코스였다. 이런 이유로 행안부 내 여성 공무원에게는 ‘넘사벽’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조직기획과장에 서정아(오른쪽·52) 경제조직과장이 임명됐다.

자치행정과장과 조직기획과장은 행안부 내에서는 각국의 주무과일 뿐 아니라 핵심보직으로 꼽힌다. 이런 두 자리를 여성이 차지한 것이다.

조직기획과는 정부의 조직 및 정원 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기획·조정·연구 및 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정부 부처가 조직을 확대하거나 정원을 늘리려면 먼저 조직기획과장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에게 매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힘 있는 자리인 만큼 이 자리도 1963년 과가 생긴 이후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서정아 과장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임명된 것이다.

자료:2019 인사통계연보
자료:2019 인사통계연보
자료:2019 인사통계연보
자료:2019 인사통계연보

행안부는 정부 부처에서 몇 안 되는 전형적인 남성 부서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조금 늘어났지만, 줄곧 여성 직원 비율이 30%를 밑돌았었다. 2018년 12월 말 현재 행안부 공무원은 3904명(2019년 인사통계연보)이다. 이 가운데 30.3%인 1184명이 여성 공무원이다.

2015년 28.8%, 2016년 30.0%, 2017년 29.7%로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여성 공무원 비율은 법무부(2018년 12월 말 기준 16.4%)와 국토부(〃22.1%)에 이어 세 번째쯤 된다.

참고로 정부부처 일반 공무원 66만 9077명 가운데 여성 공무원은 33만 588명으로 50.6%에 달한다. 행안부는 전체 비율과 비교하면 20.3%포인트가 낮은 셈이다.

행안부에는 현재 여성 국장이 한 명도 없다. 시키려 해도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성 공무원이 적게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수적으로 밀리고, 경력관리도 안 돼 자리를 주려고 해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기류가 바뀌고 있다. 조만간 여성 국장도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디.

행안부 한 공무원은 “두 자리가 상징성이 있는 만큼 과거 행안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실력 있는 여성 공무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는 만큼 이젠 피할 수 없는 변화다”고 말했다.

장수완 행안부 인사기획관은 “핵심 보직 과장을 임명한 것은 행안부에서 여성 역량이 강화된 데다가 진영 장관의 능력 위주 인사 방침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앞으로 행안부 내에서 여성의 주요 보직 진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행안부 내에서 실력 있는 여성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첫 자치행정과장이 된 채수경 과장은 행시 43회 출신으로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전자정부수출지원단장, 국제협력담당관, 지방인사제도과장 등을 역임한 실력파다.

정보통신 분야에 밝으며,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연성도 있지만, 원칙은 양보하지 않는 고집도 있다는 평가다.

서정아 과장은 7급 공채 출신으로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민원서비스정책과장, 지방규제혁신과장, 사회조직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비고시 출신으로서는 선두주자로 꼽힌다.

김성곤 선임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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