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공무원 상주…확진자 나오면 통째 폐쇄 우려
심각 단계 상향 이후 열화상 카메라 등 방역 강화
공무원·국민 가장 중요한 건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세종시 마스크 동나… 공무원도 마스크 구입 비상

24일 정부세종청사 행안부 본관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이 로비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24일 정부세종청사 행안부 본관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이 로비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지난 22일 세종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정부가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정부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청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공무원들은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 청사 방역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궁금했다.

23일 밤 10시 인터넷으로 코레일과 SRT에 접속해 24일 아침 오송행 코레일과 SRT 표를 검색해보니 의외로 여유가 있다.

수서 발 SRT는 며칠 전부터 새벽 5~6시대 외엔 모두 매진인데 오전 8시대 것도 있고, 9시 20분 특실도 있다. 24일 새벽에 보니 코레일에서는 평소에는 구하기 어렵던 8시 15분 서울발 오송행 표도 구입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송은 물론 하행선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서울역에서 8시 15분 KTX산천에 오르니 소독약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은근히 안심이 된다.

마스크를 쓴 승객들… 평소 경증의 천식이 있는 나로서는 40여 분 남짓 걸리는 시간이 조심스럽다. 기침이라도 하게 되면 “혹시…”하고 몰려올 시선을 의식한다. 숨은 가빠지고 나는 자꾸 물을 마신다.

오송행 열차 한산하고, 버스엔 손 세정제 비치

9시쯤 오송역에 내린 뒤 세종 가는 버스를 타러 간 7번 게이트. 평소보다는 줄이 짧다. 990번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으니 교통카드 터치패드 옆에 매달려 있는 손세정제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1월부터 있었던 것이었지만, 오늘따라 더욱 선명하다. 실제로 바르는 손님도 눈에 들어온다. 행정안전부 본관이 있는 한솔동에 내릴 때쯤 나도 한번 슬쩍 발라본다.

9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행안부 로비에 들어서니 안 보이던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어제 코로나19 대응단계가 상향조정되면서 오늘부터 설치했다고 한다.

“정부 청사가 뚫려서야 되겠습니까. 대응단계가 ‘경계’를 넘어서 심각에 들어서면서 모든 정부 부처 출입구에 오늘부터 설치했습니다.” 로비에서 만난 행안부 한 과장의 얘기이다.

가방 검색대 옆엔 손세정제도 비치돼 있다. 눈에 띄면 무조건 발라본다.

행안부와 소방청 본부 로비에 설치된 검색대에 비치된 손 세정제
행안부와 소방청 본부 로비에 설치된 검색대에 비치된 손세정제

5층 기자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코로나19 때문에 지하 1층 출입구를 패쇄했으니 1층 출입구를 이용해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사실 출입기자는 출입증이 있어서 그래도 수월하게 출입이 가능하지만, 민원인은 창구에 가서 방문 목적을 쓰고, 신분증 맡기고, 담당자와 통화를 한 뒤 면회실에서 만나야 한다.

청사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담당자가 내려와서 데리고 올라가야 한다. 가방은 엑스레이 검색대도 통과해야 한다. 외국에서 초청된 공무원이라도 예외는 없다.

여기에다가 열화상 카메라까지 도입했으니 민원인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전국 11개 청사 방역 강화

행안부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단계를 심각으로 높이면서 전국 11곳의 방역관리를 강화했다.

정부서울청사, 정부과천청사, 정부대전청사, 정부세종청사 등 4개 정부종합청사와 춘천·제주·광주·대구·경남·고양·인천 등 7개 정부지방합동청사의 주 출입구에는 열화상감지카메라를 설치했다.

청사 내부 소독도 주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이날은 전국 청사 일제소독도 실시했다.

청사관리본부 소속 공무원 700명과 청소, 경비 등 시설관리 공무직 3000여 명에 대한 방역조사도 병행한다. 코로나19로부터 정부청사를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정부종합청사 4곳에는 2만 8000명이 상주한다. 여기에 공무직을 포함하면 3만명을 넘는다. 세종청사가 1만 5000명으로 가장 많고, 과천청사에 4200명, 대전 5500명, 정부서울청사에 4000명이 근무한다.

소독도 주 2회로 늘리고, 개인 위생 수시 안내 방송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한 실·국이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 개개인에게 마스크는 나눠주지 않는다. 개인이 구비해야 한다. 민원 창구 등 대민업무를 보는 부서는 마스크를 지급해야 하겠지만, 국민은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쉽지 않은 일이다.

청사관리본부 한 공무원은 “정부청사의 방역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이라며 “철저한 개인위생을 당부하는 방송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내보낸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사려고 해도 마스크가 있어야 사지요.” 이날 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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