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시키려 해도 7·9급 출신 씨 말라
갈수록 고시 출신 독주체제 심화
고시와 비고시 조화이뤄야 시너지

이영희 전북지방 병무청장
이영희 전북지방 병무청장

 

“9급 출신 어디 없나요.” 정부부처에서 때아닌 9급이 화제다.

새삼스럽게 주변 동료 가운데 9급 출신은 없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9급으로 시작한 공무원 가운데 부이사관이나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하는 공무원이 화제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앙부처 고위직을 고시 출신들이 접수하면서 9급은 고사하고 7급 출신 고위직 공무원도 이젠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7·9급 출신 장·차관도 있었고, 인사 때마다 실·국장 자리에 비고시 출신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고시 출신과 현장 경험 등이 풍부한 비고시 출신의 조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던 과거의 관행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고시 출신들의 독주체제가 굳어지면서 비고시 출신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중앙부처에서 서기관만 달아도 ‘성공한 인생’(?)으로 평가받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7급이나 9급 출신을 고위공무원단에 앉히려 해도 후보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22일 병무청이 9급에서 시작한 이영희(57) 역모집과장을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시켜 전북지방병무청장에 임명한 것이 뉴스가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기로 하면서 현부처마다 여성 간부는 우대를 받는 판이니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은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을 것이다.

자료:인사혁신처
자료:인사혁신처

청 단위에서도 이러니 부 단위로 가면 9급 출신은 더 희귀하다. 지난번 9급 출신으로 39년 만에 부이사관을 단 노경달 행정안전부 운영지원과장도 화제였다. 사실상 본부에서는 9급 출신으로는 유일한 부이사관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승진 이후 기사가 나가면서 노 과장이 9급 출신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할 정도로 9급은 찾기가 쉽지 않다.

인사혁신처 통계를 보면 2019년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은 국가직 66만 9077명, 지방직 32만 2784명으로 모두 99만 1861명이다. 이 가운데 국가공무원 일반직은 16만 7639명. 여기서 우정직(2만 1305명)과 전문임기제 등을 빼면 행정직은 13만 5112명이다.

이중 1~2급 고위공무원은 1064명(0.78%)이다. 3급까지 포함하면 1871명으로 일반직 공무원의 1.38%다. 4급이 6222명(4.60%). 5급 1만 5279명(11.3%)이다.

국가 공무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7급으로 4만 3339명(32.0%)이고, 다음으로 6급 3만 1658명(23.4%), 8급 2만 3952명(17.7%), 9급 1만 2791명(9.4%) 순이다. 6급 이하 9급까지 국가공무원 총수는 11만 1740명(82.7%)에 달한다.

하지만, 전체 국가직 중 행정직 공무원 중에 9급이나 7급으로 시작해 고위공무원단 등 고위직에 오른 통계는 없다. 인사혁신처도 “출신 계급별 고위공무원단 통계는 뽑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일수록 밝혀야 한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세종시 한 중앙부처의 비고시 출신 서기관은 “계급 출신별 통계를 내서 발표를 해야 고시 출신 편중 현상이 해소되는데 이런 통계를 내놓지 않는 것은 고시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이 두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시 출신 중앙부처 전직 고위 간부는 “과거에는 비고시 출신도 배려를 하고, 같이 성장을 시켰는데 이제는 고시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고위직 승진 대상자 중에 비고시 출신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행정의 효율성이나 조직 내 화합 등을 생각하면 고시와 비고시 출신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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