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학원가 스케치

“코로나19 맹위 떨치지만, 아직 수강인원은 비슷해요"
"학원에 틀어박혀 밖에 안 나와요" 인근 상인들 울상
대구·경북발 확산에 인강 전환늘듯…학원가 타격 불가피

인적이 뜸해진 거리, 학원 강의실 앞에 놓인 손세정제, 울산짓는 상인들…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라면 한번쯤은 거쳐가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 풍경이다.

하지만, 학원에 들어가면 상황은 다르다. 여전히 학원 강의실은 공시생으로 빼곡하다. 왠만하면 인터넷 강의를 들을 법하지만, 수강생은 여전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노량진 학원가를 찾았다. 학원가는 의외로 차분했다.

노량진에서 30년째 법원·검찰직을 가르치고 있다는 진용은 원장은 “사람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며 “수강생들은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원에 비치된 손소독제.
서울 노량진 학원에 비치된 손소독제.

이어 “시험 직전이라 그런 부분도 있지만,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이론반도 휴강 없이 정상적으로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면서 “다만,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지급하고 손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감염방지에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진 원장은 “일부 수험생 학부모들은 불안해해 인강으로 들을 것을 권한다”면서도 “법원직뿐만 아니라 다른 직렬 학원에서도 수강인원이 크게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확산추세를 볼 때 3월 28일로 예정된 검찰(국가직)시험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400명을 넘어서면서 앞으로 시험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수강생에 변화가 없지만, 앞으로 수강 인원의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노량진 학원가의 분석이다.

결국 강의 내용을 조기에 인터넷에 올리고, 온라인 강좌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항구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6월 지방직 시험이 예정돼 있는 등 상반기에 공시족이 몰리는데 자칫하면 그 시기를 놓칠 수도 있어서 노량진 학원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위한 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 모습. 공생공사닷컴 송민규 기자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위한 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 모습. 공생공사닷컴 송민규 기자

주변 상인들도 걱정이다. 학원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람이 줄었다”며 “이때 즈음이면 하루에 1000명이 왔는데, 어제는 800명쯤 된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사람이 줄기는 줄었다”면서도 “다만, 시험 직전에 강의가 없는 시기라 그런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늘면 노량진 학원가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학원가 앞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C씨는 “아침에는 사람이 평소와 비슷하다”면서도 “점심시간에는 건물에서 나오지 않고 안에서 먹는 것 같다. 배달앱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빨라지는 가운데 시험을 앞둔 기관들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법원은 예정대로 22일 시험을 치렀다. 또 회계사 시험도 23일 예정대로 치를 계획이다. 아직 변경 통보는 없었다.

부산시는 오는 23일 있을 부산교통공사의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감염세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별도로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레일도 오는 3월 21일에 있을 필기시험일을 4월 25일로 변경한다고 12일 밝혔었다.

송민규 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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