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

최영조 국가공무원노동조합정책연구소장
최영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

매달 연금 받고, 가끔 여행도 다니면서 편안한 노후를 즐기는 삶.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들이 은퇴 후를 상상하며 그리는 소박한 일상이다.

이런 삶은 적정 수준의 연금이 뒷받침된다면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래서 농경시대를 지나 산업사회가 정착되면서 정년이 생기고, 과거와 다른 노후의 삶을 고민하면서 생긴 연금은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한 제도가 된다.

가족 형태와 분위기가 많이 변한 요즘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손주들에게 용돈 정도 줄 수 있는 노후를 위해 연금이 갖는 의미는 더 강조할 필요가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연금은 국민 대부분이 혜택을 받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으로 이뤄진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연금은 직업이 무엇인지에 따라 적용 대상이 달라진다. 이 셋을 묶어 특수직역연금으로 지칭한다. 여기에 기초연금을 더하면 우리나라 공적연금체계가 완성된다. 민간보험회사에서 운용하는 연금인 사적연금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공적연금 중 국민연금 다음으로 가입자가 많은 공무원연금은 종종 언론이나 시민사회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될 때는 동네북처럼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된다. 변하지 않는 비판의 요지는, 직업적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이 연금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개혁하면서 공무원연금도 손질하고, 아니면 국민연금과 통합하자는 의견도 등장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논란, 두 연금 간 통합 문제, 과연 합리적인가.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제의 확립을 위한 인사정책 차원의 제도로서 공무원의 신분이 법률로 보장되고, 공무원의 노후생계보장이 국가의 의무가 되는 부양제도의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공무원은 사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고, 개인적, 정치적으로 제약과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급여의 구성을 보더라도 연금제도의 본래 기능인 소득보장 외에 근로보상 및 재해보상까지 포함된 공무원과 유족에 대한 종합복지제도로 운용된다. 국민연금과는 그 목적과 기능이 다른 차원의 제도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신분이 보장된 직업공무원제를 유지하는 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 의도한 목적지와 다른 곳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연금제도에 대한 잘못된 접근방식이다.

제도의 도입 취지와 기능이 달라 연금급여액, 생애소득 등을 기준으로 비교하여 형평성 문제를 논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또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도 두 연금의 본질적 차이를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같은 ‘연금’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다르게 분리해서 접근하고, 지향하는 목적에 맞게 제도의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 제대로 된 문제와 해결 방안의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은 매년 거둬들인 돈으로 그 해 연금 수급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있다. 만약, 당장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통합하면 공무원연금을 받아야 하는 수급자들의 돈은 국민연금에서 사용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2조원 정도를 정부가 보전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두 연금의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기억할 부분이다. 과연 이를 국민연금에서 부담을 떠안으면서 통합 운영하는 것이 더 나은 개혁일까.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앞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화두가 될 때마다 공무원연금은 원치 않는 등장인물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으로서 지속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하는 논의는 누구든 환영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을 끌어와 논의의 본질을 흐리는 시도는 국민연금 개혁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그릇에 담긴 제도를 하나에 담아 모두 망치는 변화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연금받아 누리는 은퇴 후의 평범한 일상을 헤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예정된 5년마다 이뤄지는 공무원연금 재정 추계도 이 관점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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