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일 만에 천막농성 끝낸 진영민 경남교육노조 위원장 인터뷰

얻은 것도 제법 많지만, 아쉬움으로 가득 “이제부터 시작일 뿐”
“소방안전관리자 문제 알리기 위해 전국적으로 투쟁 확대할터”
“사경 헤매는 어린이 잊지 않고 있어…돕기 운동 계속할 계획”

 

진영민 경남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진영민 경남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속상한 부분이 있지만, 우리의 현실을 투쟁으로 알렸고, 다시는 소외감 드는 정책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견제했다는 점에서는 성과라고 봅니다.”

딱 부러지게 한판승을 거둔 것도 아니지만, 뜯어 보면 알뜰하게 얻어낸 것도 적지 않은데 진영민 경남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경남교육청노조) 위원장은 못내 아쉬움을 삭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풀어냈다.

경남 김해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어린 학생(당시 8세)의 방화셔터 끼임 사고로 촉발된 경남교육노조의 61일 천막농성을 이끈 진영민 위원장을 16일 전화로 만났다.

진 위원장을 비롯한 경남교육노조 조합원들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학교장의 소방관리자 선임 등 10대 요구안을 내걸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천막에서 해도 넘기고 설도 났다. 그렇게 61일 만인 지난 14일 경남도교육청과 절충안에 합의하고, 천막을 걷었다.

출발은 초등생 사고였다. 누구나 안타까워할 사건이었다. 그 어린이는 지금도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경찰이 나서서 조사를 하고, 학교 관계자 3명을 입건했는데 학교행정실장이 포함되고, 학교의 최종 책임자인 교장이 빠졌다.

“처음엔 책임을 벗으려고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어서 주저했지만, 그냥 있으면 이런 사고가 다시 날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남교육노조 조합원들이 61일 만의 천막농성을 마치고, 지난 14일 천막을 걷고 있다. 경남교육노조 제공
경남교육노조 조합원들이 61일 만의 천막농성을 마치고, 지난 14일 천막을 걷고 있다. 경남교육노조 제공

소방안전관리자를 학교장으로 하거나 ‘나홀로 행정실장’ 해소 등 요구 사항 대부분이 원래 2016년에 체결한 ‘2017년 단체협약’에 들어 있었던 내용들이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시행하지 않았고, 단체 협약 해설서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천막을 쳤다.

“초기에 경남도교육청 자세를 생각하면 진일보한 것은 사실입니다. 얻어낸 것도 있고요.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봅니다.”

실제로 경남도교육청은 경남교육노조가 요구한 대로 2016년 체결한 단체협약을 각급 학교 기관에 공문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또 교원에게만 적용되던 책임배상 보험의 확대도 올해 중에는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경남도에 14개에 달하는 나홀로 행정실장 학교도 점차 해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방안전관리자 문제는 명쾌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문을 각급 학교에 시달해도 안 지키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투쟁 전부터 소방안전관리자는 행정실장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전국 사안으로 만든 만큼 행정안전부, 교육부, 소방청 등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그는 교육청의 전향적인 자세를 평가하면서도 “감시의 눈길도 거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육청도 협약을 맺었다고 덮어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노사가 공히 노력해야 하지요.”

“추운 겨울 천막농성이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추위가 아니라 공무원이 가진 한계가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신분이어서 단체행동권이 없으니까 근무시간 외에 본격적으로 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민간하고는 다르게 싸워야 했습니다. 게다가 단체협약을 맺더라도 민간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 규정이 있는데, 우리는 신의성실의 원칙만 따르게 돼 있습니다. 안 지켜도 이행 강제 규정이 없어요.”

진 위원장은 앞으로 전국 단위로 투쟁을 확대하겠지만, 각급 학교에서 이번 단체협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태의 본질인 김해 사고 어린이에 대해서 물었다. “그 어린이는 지금 어떻습니까.”

“어린이는 혼수상태고,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안 되고, 안타깝습니다. 투쟁과는 별도로 모금해서 500만원 성금을 전달했는데 경남도민과 함께 한다는 차원에서 돕기 운동을 계속 펼쳐나가겠습니다.”

그는 “그 어린이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말을 맺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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