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명서 60만명까지 고무줄 통계
유일하게 통계청서 일반직만 집계
일반직 22만 외에 전체 통계는 없어
공직 쏠림 해소하려면 통계부터 챙겨야

취업난으로 공시에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공시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고시촌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모습. 서울신문 제공
취업난으로 공시에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공시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고시촌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모습. 서울신문 제공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고, 4차산업 혁명으로 안정적인 일이 줄어드니까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어느 시니어 중소기업인과의 저녁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도대체 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공시생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25만명에서 60만명까지 고무줄 통계다. 공시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물론 어느 부처에서도 정확한 통계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서 나오는 일반직 공무원 준비 분야 통계가 국가기관에서 나오는 유일한 공시족 통계다. 그러나 그 통계가 전부일까. 대부분 통계청 발표보다는 공시족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인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019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비경제활동인구 중 당장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취업을 위한 시험을 준비생은 71만 4000명으로 비경제활동인구의 15.3%를 차지했다. 취업시험 준비자의 수와 비율은 1년 전보다 각각 8만 8000명, 2.2%포인트 늘었다.

취업시험 준비생의 규모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컸다. 통계청은 “작년 5월에 있었던 지방 공무원시험이 올해는 6월로 늦춰지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가 줄어든 대신 취업시험 준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취업시험 준비 분야는 일반직 공무원(30.7%)이 가장 많았다. 이 비율대로라면 일반직 공시생 수는 21만 9000명쯤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일 뿐이다. 경찰과 교사, 입법·사법부 공무원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많지는 않지만, 조사 대상이 19~34세 청년이어서 나이 많은 공시생은 빠져 있다.

지난해 국가직 공무원 지원자 수가 25만 8000명이었다. 2017년 29만명보다는 줄었다. 국가직 지원자 중 상당수가 지방직에 응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방직 응시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건국대 박사과정 김향덕씨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이대중씨는 공동 보고서를 통해 공시생 수를 32만 2000명에서 50만 2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런 통계 등을 감안하면 공시생 수가 최소한 30만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공시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게다가 고학력 공시생 비율이 70% 선에 근접한다고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야 하는데 모두 공시에 매달리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생이 25만명에 달하면서 한해 국가적으로 17조 1429억원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무수히 이런 지적이 나와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

그래서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 “취업 준비생의 정확한 통계를 뽑아서 어디에 쓰려고, 취준생에 맞게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려고….”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정확한 실태를 대변하지 못하는 통계청 통계와는 별개로 정부는 공시족 통계를 제대로 집계할 필요가 있다. 실태를 알아야 심각성도 알 수가 있고, 그 대책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한했던 ‘월가의 전설’ 짐 로저스는 “한국 젊은이들의 공무원 열풍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5년 안에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확한 공시족 통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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