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올리기로 했다가 막판에 제동 걸어

"스타선수가 잘생기고 강의까지 잘해요"
인사처 직원 대상 도전정신 명강의 대박
연예 프로서 얻은 '투머치토커' 별명 부담됐나

박찬호 인사혁신처 홍보대사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도전정신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박찬호 인사혁신처 홍보대사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도전정신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스타선수에다가 얼굴도 잘생기고, 강연도 그렇게 잘할 수가 없어요.”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코리안 특급’ 박찬호(46)가 지난 9일 인사혁신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 화제다.

‘나의 도전, 그리고 우리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뤄진 특강에는 인사혁신처 직원 150여 명이 몰렸다. 120석 좌석이 꽉 차서 30여명은 서서 들어야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박찬호 선수는 지난 5월 20일 인사처 홍보대사로 위촉돼 명예 공무원증을 받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이런 인연으로 인사처가 초청해 이뤄진 것이다.

강연에서 박 홍보대사는 메이저리그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당시 123승 기록을 갖고 있던 일본인 투수를 넘고 싶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박찬호의 124승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이다.

그는 이어 “작은 도전을 모아 큰일을 해내는 것이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매일 한가지씩만 도전해도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이뤄나가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도전의 결실은 성장”이라고 강조하는 등 명강의를 했다.

공무원 대상 특강을 하고 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
공무원 대상 특강을 하고 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 인사혁신처 제공

공무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자 박찬호 선수의 강연도 길어졌다. 당초 1시간 예정이었으나 20분여를 넘겨서야 끝났다. 다변인 박찬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인사처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우는데 일조한데다가 인사처 홍보에도 큰 보탬이 되는 만큼 대박을 친 행사였다. 인사처는 내친김에 강연 영상을 유튜브 채널 ’인사처tv‘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miraesaram)을 통해서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도 뿌렸다.

그런데 정작 이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지 못했다. 튜 매니저와의 협의에서는 ‘OK’였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박 홍보대사가 “강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인사처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경연 내용을 유튜브에 올려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갖가지 설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박찬호가 과거 오락프로에 출연해 말을 많이 해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라는 별명이 붙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박찬호 선수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어떻든 박찬호가 과거 오락 프로 이후 방송 출연 횟수도 줄이고, 발언도 자제한 것을 보면 맞는 해석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박찬호가 최근 모 그룹 디지털 기업광고 ‘형이 거기에 왜 나와’ 광고에서 다변의 특성을 활용한 것을 보면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이 마냥 싫은 것만도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유 여하를 떠나 박찬호 홍보대사의 특강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지 못한 인사처는 아직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정부부처 홍보대사 및 명예 공무원은 자원봉사로, 기획재정부 규정에 따라서 초상권 사용료도 받을 수 없으며, 다만, 출장비 등 실비만 제공받는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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