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과 봉급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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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과 봉급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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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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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인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3)
이서인 시인
이서인 시인·여자정훈장교1기

새해에 직장인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마도 1순위는 임금 인상일 것이다. 뉴스를 보니 올해 공무원 봉급도 2.8% 인상됐다고 한다. 그 중 전년도 대비 비율이 가장 많이 인상된 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병사들의 봉급이다. 2019년 대비 무려 33%가 올라 병장 54만 892원, 상병 48만 8183원, 일병 44만 1618원, 이병 40만 8071원이다.

향후 정부는 병영복지 향상이라는 목표하에 단계적으로 봉급을 인상해 2022년에는 최저임금의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병사들의 봉급 인상은 부모님의 짐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라도 적극 환영할 일이다.

그럼 과연 이 금액이 병사들이 받는 급여로서 정말 많은 것일까. 오래전에 군 생활을 했던 중·장년층에게는 본인의 군 생활에 비해 엄청 많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는 군 복무의 어려움에 비해 최저 시급도 못 되는 소소한 액수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느낌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또한 급여를 받는 입장에서는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이것을 나는 월급(月給)과 봉급(俸給)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봉급의 의미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근로자의 계속적 노무(勞務)제공에 대하여 지급되는 금전과 현물 등 일체의 보수(報酬)(넓은 의미) 또는 전문직 종사자에 대하여 매월 직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좁은 의미)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봉급은 법률상 임금(근로기준법 18조)이라고 하며, 법령상 봉급이라고 하면 공무원에 대한 급여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월급은 월 단위로 받는 급여를 말한다. 똑같이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받는 보수인데 왜 공무원에 대한 급여만을 봉급이라고 법령으로 정해놓은 것일까.

34년 전 내가 육군 소위로 임관하고 최초로 받은 봉급 액수는 16만여 원이었다. 지금 이병이 받는 봉급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었으니 그야말로 박봉(薄俸)이었던 셈이다.

그때 듣기로 소위 봉급 기준이 쌀 두 가마니였다고 하니 당시 쌀 한 가마니가 아마 8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장교들도 그 정도 수준이었으니 병사들의 당시 봉급은 얼마나 열악했을지 상상에 맡겨본다. 그것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또렷이 기억되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부끄러움이었다. 소위 봉급을 받기는 했으나 생활비도 써야 하고 같이 근무하는 병사들 간식도 사줘야 하고 가끔은 행정비품 구입비용이 모자라서 메우기도 하다 보니 16만원으로는 한 달을 살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부모님께 매달 5만원을 지원받아 일 년을 보냈다. 그 후 중위로 진급했고 봉급은 2만원 인상돼 18만원이 되었다. 그러나 이후로 나는 명색이 장교인데 더 이상 부모님께 의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선언했다.

둘째는 봉급에 대한 교육 때문이었다. 첫 봉급을 받기 며칠 전 선배 장교의 군대 윤리 교육 시간이 있었다. 그때 선배는 여러분이 받는 급여를 왜 월급(月給)이라고 하지 않고 봉급(俸給)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질문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건 군인의 직업윤리 교육이었다.

직업(職業)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직(職)은 직분을 다한다는 것이고 업(業)은 생계에 따른 보수를 말하는 것으로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즐겁게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받은 급여를 월급(月給)이 아닌 봉급(俸給)이라고 하는 이유는 군인이든 일반 공무원이든 그것이 한 달 노동에 대한 급여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의 직분을 다한 의미이기 때문에 비록 박봉(薄俸)이라도 감사하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군인은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므로 직(職)보다 업(業)에 더 관심을 가져서는 안되며 청렴함과 검박(儉朴)한 생활 자세로 군인의 길을 갈 것을 초임 장교들에게 당부했다.

몇 해 전 현역 시절에 모교에서 전문직업군에 있는 동문들에게 후배들의 진로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나도 직업군인으로서 정복을 갖춰 입고 후배들 앞에 섰다. 진로소개를 하기 전 궁금한 사항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받아 보았다.

처음 질문은 “왜 군인이 되었어요”라는 것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육·해·공군 부대의 대부분 직위에 여군이 개방된 지 30여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군 비율은 전체 장병의 6.8% 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여학생들에게는 아직도 군인이 생소한 직업인가 보다.

두 번째 질문은 뜻밖에도 “월급이 얼마나 돼요”였다. 내 예상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질문이었지만 취업난이 갈수록 어려운 요즈음 학생들에게는 아주 현실적인 질문이기도 했다.

나는 소위 때 선배가 해준 직업윤리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설명해 주었다. 후배들이 얼마나 공감을 해 주었지는 모르지만, 나의 마지막 말은 “직(職)보다 업(業)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은 군인 되지 마세요. 고위직으로 갈수록 사고 칠 확률도 높고 그러면 군인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명예가 실추됩니다”였다.

지금은 공무원의 봉급도 그리 박봉은 아니어서 공무원을 꿈꾸는 공시생도 엄청나게 많다. 이번 달 내가 받은 급여는 과연 월급일까. 봉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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