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구 부구청장 시로 가고, 시에서 3급 구로…맞교환
서구청장 중재…대전시 하위직 전입 신청도 다시 받기로
겉으론 ‘윈윈’이지만 원상회복…싸움은 항상 광역의 승리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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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구청장 인사를 둘러싼 대전시와 대전 중구청과의 갈등이 한 달여 만에 인사 교류 재개로 매듭이 지어졌다.

8일 대전시와 중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3일 3급 이하 공무원 인사교류 협의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시청과 중구청 간의 인사교류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전시와 중구는 “도와는 달리 광역시와 자치구 간 밀접한 협력이 요구되는 광역행정의 큰 틀에서 자치분권의 신장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 다시 한 번 더 공감하고, 연초 중단된 인사교류를 재개키로 했다”고 공동 자료를 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대전시와 중구는 3급과 4급을 포함한 공무원 인사교류를 상호 협의와 제청 등을 통해 실시기로 했다.

또 중구의 6급 이하 직원의 대전시 전입 추가 요구에 대해 상반기 중 전입시험을 통해 적격자를 선발해 교류하기로 했다.

대전시는 5개 자치구의 신규채용시험을 대전시에서 일괄 수탁 실시하고, 6급 이하 직원에 대한 장기교육도 정상 추진키로 했다.

‘중구청의 반기’… 한 달 만에 봉합

대전 중구가 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일 4급인 조성배 안전도시국장을 3급으로 승진시켜 부구청장 임명하기로 한 뒤 대전시가 중구와의 인사교류를 전면 중단한 지 한 달 만이다.

이후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한 채 감정 대립의 양상까지 빚어졌다. 노조마저도 광역과 시군구노조가 입장이 갈리기도 했다.

대전시와 지자체의 인사 교류 협약에 따라 부구청장은 시와 협의해 임명하기로 돼 있었는데 박용갑 중구청장이 자치분권의 실현을 앞세우며 부구청장 인사를 강행하자 대전시청공무원노동조합이 발끈하고 나섰다.

공무원 노동계마저 갈라진 입장

대전시에서 고위직이 부구청장으로 내려가던 관행이 깨졌고, 대전시청 내 인사에도 차질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성용 대전시청공무원노조위원장은 “박용갑 청장이 상급기관인 시의 권고도 무시하고 지방분권 명분을 내세워 측근 챙기기 욕심만 채웠다”며 “인사교류 중단은 물론 교부세 중단 등 모든 제재수단을 강구하라”고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중구청 공무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인사교류의 중단은 승진이나 전보, 채용 등에서 중구만 별도로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구의 지치분권을 이뤄낸 것 같지만, 광역 지자체와 시·군·구는 그렇게 쉽게 분리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전시에서 출발해 중구로 온 공무원도 있고, 중구에 배치됐다가 대전시로 간 경우도 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시와 중구를 오간다. 승진을 위해서도 이런 인사교류는 불가피하다.

자치구 간 재정상태가 서로 달라 시에서 받는 교부금도 적지 않다. 이러니 하루아침에 단절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내부 게시판 등에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며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광역 노조와 달리 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도 중구청 직원들의 목소리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중재 나서

이런 이유로 양측이 이를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 중재에 나선 게 대전시구청장협의회장인 장종태 서구청장이었다고 한다. 대전시와 구청들이 한 프레임에 묶여 있는데 여기서 중구청이 빠지면 모든 게 흐트러질 수 있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광역과 기초 지자체가 다투면 승자는 항상 광역이다. 이는 기술직 인사와 관련해 갈등을 빚었던 지난해 서울시와 서초구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결국, 올해 서울시의 원칙대로 인사가 났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급한 것은 중구청이었다. 대전시가 강공으로 나온데다가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불리한 것은 중구청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대전시도 가능성은 적었지만, 자칫 다른 구청이 중구청을 따라갈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었다.

이러던 차에 장 구청장의 중재로 허 시장과 박 구청장 간 통화도 이뤄지고, 타협적 모색을 위한 실무진 간 접촉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6개월짜리 구청장이다. 중구청이 임명한 조 부구청장을 7월 초 인사에서 대전시로 발령내고, 시에서 3급 인사를 중구 부구청장으로 발령을 낸다는 것이다.

30년된 지자제 갈등 상존…큰 틀에서 풀어야

겉으로는 ‘윈윈’이다. 어떻든 중구청장은 부구청장을 임명해 6개월여 유지했고, 대전시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원칙을 재확인했고, 대전시가 부구청장을 임명하는 모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자는 중구라는 게 공무원들의 시각이다.

대전시의 한 공무원은 “초기 구청 직원들의 공감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불편을 초래하고, 부구청장 임명권도 대전시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면 왜 이런 평지풍파를 일으켰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중앙부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여 년이 되면서 불합리한 면도 있고, 또 합리적으로 변화해온 부분도 있다”면서 “긴 시간 쌓인 관행 등을 바꾸기 위해서는 협의체를 통한 충분한 협의와 지방자치 관련법의 개정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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