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우아한 백조지만 죽어라 발길질해야만 해요"
박봉에 수당도 제대로 청구못해…평균근속 고작 4.3년
폭언은 물론 성희롱, 스토킹까지…사회적 관심 절실해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도서관 사서 처우 개선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도서관.(기사와 사진 이미지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공생공사닷텀DB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도서관 사서 처우 개선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도서관.(기사와 사진 이미지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공생공사닷텀DB

“저희는 백조에요. 겉보기에는 우아하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지만, 그러기 위해선 다리는 죽어라 물길질을 해야 해요”

“항상 붙박이로 앉아 있으니 스토킹 표적이 돼 시달리는 경우가 흔해요. 그만 두고 싶어도 생계가 걸려 있으니….”

도서관 사서들의 얘기이다.

도서관 사서하면 우리는 말 없이 책을 읽고 있다가 자상하게 책을 찾아주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그들의 실상은 그런 이미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낮은 임금은 물론 폭언과 성폭력, 스토킹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이런 사서들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도서관 사서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시 공공도서관 사서 권익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3대 분야 7개 과제를 선정,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성에서는 다소 미흡히지만, 이런 지자체의 움직임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도서관 이용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선 사서들은 기대는 적지 않다.

박봉이지만 박봉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들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 공공도서관의 시설·운영 위탁 비율은 78%에 달했고, 위탁도서관 노동자의 30.9%는 비정규직이었다. 이 가운데 시간제·초단시간제 노동자가 대다수(위탁노동자의 전체 21.9%)였다.

월 평균 임금도 3년 이상이 되어야 200만원을 넘길 수 있다. 월급은 가볍지만, 일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도서 대출은 물론 각종 도서관 행사들의 기획·진행도 사서들의 몫이다.

한 서울에서 민간위탁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A(여·32)씨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지만, 주말수당은 언감생심이고, 일한시간만큼 수당 청구도 할 수 없어요”라고 토로한다.

이러니 근속년수가 4.3년으로 2018년 상용근로자 평균(6.5년)이나 10인 이상 사업장 평균(6.8명)보다 현저히 짧은 것은 무리도 아니다.

스토킹에 떠는 사서들

사서의 67.9%는 이용자로부터 폭언을 당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스토킹이나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서 B씨는 “‘밥먹자’, ‘오늘 약속있냐’ 같은 기분나쁜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도서관 사서직의 특성상, 사서의 모든 행동은 관찰 가능하다.

이를 악용해 사서가 타는 차를 확인, 불법적으로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서들은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못 들어오게 막을 수는 없잖아요. 대처라면 그저 경비를 부르는 정도예요.”

서울시 움직임은 이제 시작일 뿐 실태 제대로 알려졌으면

서울시는 ‘서울 공공도서관 노동자의 처우와 지위 개선(안) 마련’을 위해 ‘서울시 공공도서관 노동자를 위한 도서관 운영규정 권고(안)’을 개발하기로 했다.

노동 등 운영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도서관 사서 임금 표준안’을 마련하고, 사서 고용과 운영 개선안이 포함된 ‘공공도서관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침해 받기 쉬운 사서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폭언·성희롱에 노출된 서서의 감정노동 문제 해소를 위해 ‘도서관 서비스 노동자 감정노동 가이드라인’도 개발하기로 했다.

나아가 민원 등 감정노동 사례 수립관리 체계 마련, ‘감정노동 교육 지원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15년째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B(여·49)씨는 “사서마다 편차도 있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서울시가 앞장서서 조례를 제정키로 하는 등 관심을 가져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이를 계기로 다른 지자체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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