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감사로 검찰수사 피하고, 국민여론도 무마 포석
헌재 권한쟁의심판 통해 전방위 감사에 제동 의도도
감사원, “감사 범위는 우리가 정한다” 반대 분명히 해
감사도 받고, 수사로 이어지는 최악 상황 치달을 수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 이 문제에 한해 감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행의심판을 청구키로 했다.

특혜 채용 부문은 감사를 수용하되,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대상인지를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가려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에서 선관위 손을 들어주면 특혜채용 외 부문에 대한 감사에는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부분적인 감사 수용으로 감사 거부를 이유로 감사원이 선관위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도 막아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로 이날 감사원은 “감사에 신속히 착수하겠다. 하지만, 감사의 범위는 감사원이 정한다”면서도 “검찰 수사의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묘수가 아니라 악수가 될 여지도 없지 않다. 자칫 악화된 국민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9일 ‘당면 현안에 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 내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하여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감사원은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분 감사를 수용키로 함에 따라 "신속히 감사에 착수하겠다"면서 다만,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감사원 전경. 서울신문 제공
감사원은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분 감사를 수용키로 함에 따라 "신속히 감사에 착수하겠다"면서 다만,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감사원 전경. 서울신문 제공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는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 출범했으나, 3·15 부정선거가 발생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재탄생했다”면서 “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에 관해 감사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다투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에 대한 최종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관위는 “다만, 최근에 발생한 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며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감사를 거부한 지 일주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감사원과 여당의 강한 압박과 함께 특혜 채용 부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최근 선관위에 직무감찰을 위한 자료 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선관위가 끝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 바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겠다며 수사요청서 작성에 착수하는 등 선관위를 압박한 바 있다.

여기에다가 경찰도 선관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어서 선관위의 자녀 특혜 채용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관위 내부 특별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박찬진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김정규 경남 총무과장 등 간부 4명의 자녀 채용 의혹을 자체 조사해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현재 사건을 배당받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선관위의 수사의뢰서를 살펴보고 첨부된 증거물을 분석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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