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동강령에는 직무 연관성 없으면 거래·보유 가능
권익위, 2021년 지침으로 “사회 인식 고려 거래 자제 권고”
“하루 거래 3조원대인 데… 현실에 동떨어졌다” 수정 여론
내년 1~2월 재산등록할땐 가상자산 거래 내역 신고해야
자녀 명의 등은 고지 거부할 수 있어 일각선 실효성 논란도

비트코인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비트코인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재산신고 때 가상자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국회의원과 재산변동신고 대상 공무원의 경우 연말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신고해야 한다.

그동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해외 가상자산이나 국산 코인, 이른바 ‘김치코인’은 강제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었다.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산 증감 사유란에 가상화폐로 인한 재산이 크게 늘어난 경우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직자는 가상자산이 있어도 등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직자윤리법 개정(공포 후 6개월 뒤 시행)으로 내년 초(1월 1일부터 2월 28일) 신고에서는 주식처럼 가상자산을 등록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상화폐 관련, 공무원에게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은 어떤 게 있을까.

가상화폐 직무관련 공무원 관련 기준. 출처 정부부처
가상화폐 직무관련 공무원 관련 기준. 출처 정부부처

이번 김남국 의원 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실 등에서 공무원의 가상자산 관련 규정과 실태, 예방조치 등의 필요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각 부처는 가상자산 열풍이 불 때인 지난 2021년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이를 반영한 바 있어 특별히 추가할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산등록 대상에 추가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 역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21년 5월 국민권익위 각 부처에 실태조사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5월 가상자산과 관련된 업무 지침을 각 부처에 보낸 바 있다.

가상자산 업무 관련, 기관별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보고토록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가 양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무원 행동강령에 가상자산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인사혁신처는 가상자산 보유로 공정한 직무 수행이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직무 배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제12조에 직무수행과 관련해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유가증권, 부동산 등 외에 가상화폐 통화 등과 관련된 자산상 거래나 투자를 하거나 타인에게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돕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규정상으론 직무 관련성 없으면 거래도, 보유도 가능

이런 규정들을 감안하면 공무원의 가상자산 보유가 직무 관련성만 없다면 불법은 아니다.

정상적인 거래로 취득한 가상자산이라면 보유했다고 불이익을 줄 근거는 없는 것이다.

2021년 배포된 일반공무원 적용 가상화폐 관련 안내문. 출처 정부부처
2021년 배포된 일반공무원 적용 가상화폐 관련 안내문. 출처 정부부처

거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직무 중에 거래만 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제한할 수 없다.

설령 근무시간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더라도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근무시간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다가 적발돼 처벌받은 사례가 아직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 가상화폐 보유나 거래에 부정적인 정부

국민권익위는 2021년 당시 각 부처에 지침을 통보하면서 가상화폐 보유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공무원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점과 가상통화 거래의 사회적 부작용 등을 고려해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말이 권고와 당부이지 사실상 투자나 보유 제한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대목이었다.

이에 당시 공직사회에서 “공무원은 재테크도 못 하느냐”는 반발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2년여 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엄청나게 변화했다.

국회의 공직자윤리법 개정 사유에도 명기했듯이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9조원에 이르고, 하루평균 거래액이 3조원에 달할 정도도 가상자산은 현실이 됐다.

이런 마당에 당시의 가상자산 거래 자제 권고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적지 않다.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적법하게 거래하고 신고하도록 하는 게 공직자윤리법 개정의 취지와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개정했지만, “구멍 많다” 지적도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서 가상자산의 등록이 의무화됐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적지 않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변동신고는 국세나 관세 담당자(7급)를 제외하면 보통 4급 이상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가상자산 거래는 젊은 공무원이 주로 한다. 이들은 등록 대상이 아니다.

또 등록대상공직자도 자녀 등의 명의로 돼 있다면 분가 등을 이유로 고지거부를 하면 보유 여부를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추후에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찜찜한 공무원들… 하반기 내다팔 수도

개정 공직자윤리법의 그물이 성긴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의 자산 거래나 보유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떳떳하게 보유한 자산이라도 세상에 노출되면 찜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서 자산이 급증한 게 재산등록 때 드러나고, 만에 하나 조사를 통해 탈법이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정부세종청사 한 부처의 중간 간부는 “연말 재산신고 때 가상자산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면 가상자산 보유나 거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면서 “하반기에 내다 파는 공무원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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