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 '택배사업'을 굳이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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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이 '택배사업'을 굳이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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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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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조 칼럼

택배사업 축소하고, 사각지대에 집중해서 '우편 공공성' 확보해야

지난 24일 사상 첫 우체국 집배원 총파업이 결정됐다. 135년 만이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실시한 투표에서 92.87%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된 것이다.

이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집배원 과로사 등 사망이 남긴 충격의 여파로 볼 수 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우편집배원 175명이 사망했는데 102명은 과로사, 28명은 자살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업무 과중으로 인한 집배원 사망이라는 정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노조에서 요구하는 적정한 인력 확충, 우편사업의 기업특별회계 개편, 시대 변화에 맞는 우정사업본부의 사업 방식 변화 등 공공성이 핵심인 정부기관의 특성을 살릴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는 분들의 목소리가 담긴 주장이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논의의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체국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영업손실까지 내는 택배사업을 지속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행정학의 국가 이론에 비추어 살펴보는 것이다.

국가가 얼마나 시장에 개입하는지에 따라, 행정의 역할에 따라 국가는 근대 입법국가, 현대 행정국가, 신행정국가로 나뉜다. 이는 경제학의 주류 관점이 변화하는 시기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역사적 흐름에 따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근대 입법국가, 현대 행정국가, 신행정국가

근대 입법국가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고전파 경제학이 지배하던 시기의 국가 형태다. 국가 개입은 최소한에 머물고, 시장의 조절기능을 맹신하던 시기다. 국가는 시장이 공급할 수 없는 공공재, 국방, 외교, 치안 등에만 집중했다.

현대 행정국가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됐던 시기의 국가 형태다. 케인즈경제학이 유행했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여 고용을 창출에 앞장섰다. 시장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에서 정부가 최대한의 행정 역량을 발휘했다. 입법, 사법 등 다른 영역보다 행정의 역할이 큰 시기였다.

신행정국가는 1973년 석유파동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상승하면서 경기 불황이 찾아와 케인즈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나온 신자유주의가 주류를 이룬 시기의 국가 형태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정부의 방만한 운영은 또 다른 사회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시각이 국가 운영에 반영됐다.

공공기관의 민영화, 복지예산 감축이 이뤄졌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민간의 경영기법을 도입한 시기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행정국가의 표준을 보여줬다.

우체국이 택배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과거 택배서비스는 근대 입법국가에서 시장이 공급해줄 수 없는 공공재와 유사한 성격의 행정서비스(정확하게는 요금재로,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징수하는 준공공재를 말함)였다.

그러나 민간 택배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한 이 시점에는 더 이상 공공이 담당할 사업으로 남겨둘 필요가 없게 됐다. 민간 기업의 기능만으로도 국민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택배시장은 포화상태다.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생존 자체가 힘들 지경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국가 전체의 서비스 생산·전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정부 기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본부 공무원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 이철수 위원장은 "우체국 택배사업의 존재는 민간 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다. 우체국은 공무원이라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소외된 계층에게 다가서고, 우편분야의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

민간분야는 민간에서 공적분야는 공무원이 그 일을 맡아 민관이 양립할 수 있는 모범적인 선례를 구축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체국은 택배사업을 폐지하라"고 강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택배사업을 우체국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하더라도 우체국이 담당하는 대부분의 택배서비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포화상태인 택배시장의 경쟁에 같이 매몰될 것이 아니라 택배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적 대응을 하는 게 맞다.

택배사업 축소를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현재 우정사업본부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단순한 인력충원, 회계시스템 개편 등과 같은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해보자는 이야기다.

택배사업 축소로 여유가 있는 인력으로 민간이 손을 대지 않는 사각지대에 집중해야 한다. 서비스 개선으로 우편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도서나 벽지 등 수익성이 없어 민간 기업이 피하는 지역에 질 높은 우편·택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용자가 적은 철도나 버스 노선을 유지하듯이 적자가 나더라고 행정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 그게 국가다. 그게 정부 기관의 존재 이유다.

국가공무원노조 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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