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방연구원과 한국산업보건학회와 공동 토론회
“화재현장 대원에 대한 실태조사·세척기술 보급 필요”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업소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을 마치고 나온 한 소방관이 헬멧을 벗고 철수하고있다. 서울신문 DB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업소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을 마치고 나온 한 소방관이 헬멧을 벗고 철수하고있다. 서울신문 DB

화재현장에 출동한 뒤 귀환한 소방대원의 몸과 장비에서 적잖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이 검출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최근 한국산업보건학회와 공동으로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화재진압 소방공무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통해 동식물 체내에 축적돼 면역체계 교란·중추신경계 손상 등을 초래하는 유해 물질이다. 

대체로 산업체 공정과 폐기물 저온 소각 시 발생한다. 불이 났을 때 그을음 등에서 나오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브롬계 난연제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분류된다.

토론회에서 부산대학교 오정은 교수는 “화재 현장 출동 차량과 보호복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브롬계 난연제에 오염돼 있었고, 오염 정도도 화재 현장과 인접한 차량일수록 더욱 심각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오 교수는 이어 “출동에서 복귀한 뒤 지내는 대기실 및 사무실 대상으로도 이차적인 유해물질 오염 확인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호복뿐 아니라 출동대원의 몸에서도 이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순천향대학교 이아람 박사는 “화재 현장에서 마스크를 쓴 대원의 신체를 닦아 분석한 결과, 화재진압 전에 비해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며 “마스크, 방화두건, 방화복 등 보호장구의 이음새를 통해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침투됐을 가능성이 있어 이음새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환경연구소 김원 실장은 “대규모 소방공무원 인구집단에게 ‘바이오모니터링’ 기술을 도입해 유해물질 노출 여부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재직기간 동안 변화하는 화학물질 노출 양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모니터링은 소변이나 혈액과 같은 생체시료에서 환경유해물질 원물질 등을 측정하는 노출평가 기법 중 하나다.

구동욱 국립소방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인체 내에 장기간 잔류하면서 암과 생식독성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위험한 물질인 만큼, 현장 활동하면서 건강에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후속 연구와 기술개발 및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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