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인사처장 상대 소송서 유족 측 손 들어줘
“고인 감염공포와 싸우며 일해… 위험직무라 할 수 있어”
부평보건소 고 천민우 주무관 소송 등에도 영향 미칠 듯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7일 고 이한나 간호사 유족이 낸 위험직무 인정 소송에서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7일 고 이한나 간호사 유족이 낸 위험직무 인정 소송에서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격무에 시달리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한나 간호사가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았다.

이 간호사는 인사혁신처로부터 공무상 순직은 인정했으나, 위험직무 순직은 인정받지 못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이씨의 유족이 인사처장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지난 1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간호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이 간호사는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대응 및 관리 업무를 하다 2021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간호사는 본업이던 정신건강 관리업무 외에도 검체 조사, 백신접종, 역학조사, 동일집단(코흐트) 병원 관리 등 업무를 수행했다.

사망 전 6개월간 460시간(월평균 76.6시간)의 초과 근무를 했지만, 동료에게 일이 전가될 것을 우려해 이를 떠맡는 등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유족은 지난해 7월 이씨를 위험직무 순직자로 인정해달라며 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인사처는 이씨를 위험직무 순직자가 아닌 일반 순직만 인정했다.

공무원재해보상법이 정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건간호사회에서 지난해 6월 올린 사이버 조문 배너. 보건간호사회 제공.
보건간호사회에서 지난해 6월 올린 사이버 조문 배너. 보건간호사회 제공.

공무원의 순직 시 위험직무순직이 인정되면 유족연금과 순직보다 높은 수준의 유족보상금이 지급된다.

법원은 이런 인사처의 처분에 대해 “망인은 언제든지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감염의 공포와 싸우며 일해야 했다”며 이씨의 업무가 ‘위험 직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이씨가 과중한 업무량과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식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며 “자해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에서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행정법원이 이 간호사의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함에 따라 유사한 사례에도 이를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평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업무를 수행하다가 격무로 지난 2021년 9월 숨진 천민우(사망 당시 35세) 주무관도 순직 인정은 받았지만,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지 못해 지난해 12월 인사처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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