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소방공무원 내근이 어떻길래 강제순환시키나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업소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을 마치고 나온 한 소방관이 헬멧을 벗고 철수하고있다. 서울신문 DB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업소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을 마치고 나온 한 소방관이 헬멧을 벗고 철수하고있다. 서울신문 DB

소방청이 고질적인 내근(행정직) 기피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내근·외근 강제 순환 지침을 지난해 12월 각 시·도소방본부에 내려 보냈다.

‘소방공무원 순환보직 운영계획’이라는 이름의 이 지침은 올 하반기부터 내근 승진 대상자의 90% 이상을 외근으로 돌리고, 그 자리를 외근자로 채운다는 것이다.

도대체 내근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소방청이 이런 조치를 했을까.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 내근 기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내근은 기피 보직이었다.

연봉으로 치면 500만~1000만원 차이 나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는 급여다.

먼저 외근자에게는 내근자에게 없는 특수업무수당 8만원이 매달 지급된다. 여기에 잦은 출동 등으로 초과근무 수당도 내근자의 두 배쯤 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내근자와 외근자는 월 50만~1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물론 그보다 적은 경우도 있고, 많이 받는 사람은 100만원을 훨씬 웃돌기도 한다.

연봉으로 치면 500만~1200만원이라는 큰 차이를 만든다. 상황이 이러니 내근을 하겠다고 손을 드는 소방공무원이 있을 리 없다.

“내가 내근하려고 소방공무원 됐습니까”

소방공무원은 간부후보생 시험과 일반소방공무원시험을 통해서 배출된다. 일반 행정직을 별도로 뽑진 않는다.

3인 구급대원조가 심정지 환자 심폐소생술 시연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3인 구급대원조가 심정지 환자 심폐소생술 시연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응시생들은 대부분은 구조나 구급, 화재 등 현장에서 활약하는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현장에서 몇 년 뛴 뒤 내근 발령을 내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

“내가 현장에서 불 끄고, 사람 구하려고 왔지 내근하려고 소방공무원 된 것은 아니잖습니까”라는 항의가 나오는 것도 이때쯤이다.

“외근에 비해 잡무 많고 상사 모시기 힘들어요”

내근은 외근에 비해 자질구레한 행정업무가 많다. 상사도 많다. 어느 직장이고 윗사람이 많으면 고달프다는 것은 정설이다.

게다가 입직 이후 몇 년을 현장에서 일하다가 내근을 하니 일이 몸에 배지 않아 힘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독한 상사라도 만나면 최악이다.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건물.  공생공사닷컴DB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건물.  공생공사닷컴DB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젊은 소방관이 극단 선택을 하기도 했다.

내근자 승진 메리트도 옛날 얘기

예전에는 내근자는 급여는 적지만, 승진으로 이를 보상받는 경우가 많았다. ‘외근자는 급여 내근자는 승진’이라는 2분법이 성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메리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20년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근속 승진기간을 30년 6개월에서 25년 6개월로 5년 단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외근자와 내근자의 승진격차도 크게 줄었다.

이제는 입직 후 10년쯤 되면 대체로 소방위를 단다. 급여도 적고, 승진이 크게 빠른 것도 아닌데 굳이 내근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청도 고심을 거듭해왔다.

내·외근 강제순환도 미봉책

국정감사 때마다 소방공무원 간 급여와 승진 격차 문제가 단골로 나오고, 내근자와 외근자 간 갈등도 적지 않았다.

이번 강제순환 지침은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외근자와 내근자 비율은 8대 2 정도 된다. 이번에 강제순환 지침이 시행되면 대략 1500명가량의 보직 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선에서는 강제순환을 하더라도 선임보다는 젊고,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여전히 내근으로 많이 뽑혀갈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선 특정직급 이상만 내근 강제순환시키자

이렇게 되면 젊고 일할만한 현장직원이 빠져나가 현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직을 별도로 뽑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장 등 간부자리를 놓고, 현장과 행정이 다투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0년차 안팎의 소방위를 내근으로 강제순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어떤 방안도 완전할 수는 없다. 소방청에서는 이번 내·외근 강제순환제 시행 경과를 본 뒤 규모를 확대하거나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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