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쏟아내는 과장… 야근하다 손 털고 떠나는 당돌한 후배
과장과 주무관 사이에서 샌드위치 된 서 팀장의 애환 소재
“1년 전 ‘과장편’에 비해 감동과 완성도 떨어진다” 지적도
“행안부에서 이런 드라마 제작한 것 만도 사건” 후한 평가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조직문화 개선 웹드라마 '낀대'의 한 장면. 이하 행안부 직원 제공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조직문화 개선 웹드라마 '낀대'의 한 장면. 이하 행안부 직원 제공

“전작에 비해 감동이 떨어진다. ‘속편은 전작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속설이 맞는 것 같다.”

“업무 특성상 보수적인 부처에 속하는 행정안전부에서 그것도 감사관실에서 ‘갑질’ 등 조직문화를 소재로 웹드라마를 제작한 것만으로도 사건 아닌가요.”

행안부 감사관실이 최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만든 웹드라마 ‘낀대’를 부내 인트라넷에 올렸다.

그런데 전작에 비해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유인즉슨 전작이 너무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웹드라마 낀대 캡처
웹드라마 낀대 캡처

꼭 1년 전 선보인 전작 ‘과장편’은 15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시청을 하고, “너무 공감돼 눈물이 날 것 같았다”는 댓글 등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 ‘낀대’는 댓글도 없고, 접속자 수도 그저 그렇다. 반향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전작에서 서 주무관은 시도 때도 없이 일을 쏟아내는 과장 때문에 아버지 생신 날 저녁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한숨지으며 밖에 나가서 전화로 “못 찾아뵈어서 죄송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그런 그에게 상사인 한 과장은 “서 주무관 이리 와봐요. 계속 지켜봤는데 내가 오늘 바쁘다고 했지요. 근데 계속 기분 나쁜 표정에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나갔다 오고, 지금 앉는 태도까지… 적어도 표정관리까지는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독한 말을 쏟아낸다.

야근 중 퇴근을 두고 서 팀장과 박 주무관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야근 중 퇴근을 두고 서 팀장과 박 주무관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그런데 이번 웹드라마에서는 그 서 주무관이 팀장이 됐다.

과장은 그대로 한 과장이고, 새로 다른 부서에서 전입해온 주무관은 당돌하다.

“서 팀장 국장님께 보고할 자료 다음 주 월요일까지 만들어 보세요. (새로 온) 박 주무관이랑 만들어보세요. 일하면서 친해지니까.”(한 과장)

“박 주무관 오늘 저녁 일없죠?” 서 팀장의 물음에 박 주무관은 “네~” 한다.

퇴근 시간이 1시간 반 지난 7시 30분 서 팀장은 박 주무관에게 “배고프니 저녁 먹고 하자”고 한다.

하지만, 박 주무관은 “사실은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곧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죄송한데 지금 하는 서류까지만 넘기고 퇴근해야 할 것 같다”며 짐을 싼다.

“네? 오늘 안에 이게 다 돼야 하는 데…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황당한 서 팀장이다.

그래도 박 주무관은 “죄송합니다. 오늘 첫날인데 팀장님 어떻게 안 될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미련없이 자리를 뜬다.

그는 아버지 생신에도 가지 못하고 과장에게 깨지던 옛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박 주무관이 나간 자리를 보여 어이없어한다.

다음 날 서 팀장은 “자료가 아직도 안 됐냐”며 한 과장에게 깨지고…,

이어 동기로부터 들려오는 비보. “소곤소곤(사내 소통방) 봤어. ‘출근 첫날 야근시키는 팀장님… 이거 맞나요?’이런 게 떴네” 뒷목은 뻐근하고, 쉼터에 자리 잡은 서 팀장의 입에서는 담배연기와 한숨이 터진다.

1편이 사정 안 봐주는 ‘꼰대상사’였다면 이번엔 그 꼰대와 MZ세대에 낀 이른바 ‘낀대’의 얘기다.

공감되는 얘기다. 행안부 본부에 근무하는 A팀장은 “세상은 변했는데 국·과장은 변하지 않았고, 거침없는 새로운 세대는 밀려들어 오는 데 팀장의 위치는 그야말로 샌드위치다”면서 “낀대들의 속사정을 대변해줘 후련하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한숨… 뿜어지는 담배연기. 낀대 중 한 장면
쏟아지는 한숨… 뿜어지는 담배연기. 낀대 중 한 장면

소속기관의 B팀장은 “걸핏하면 병가에다가 지적하면 갑질로 신고하고,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또 병가를 내는 직원 때문에 나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런 사정을 조금이나마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댓글은 찾아보기 쉽지 않고, 조회 수도 전작에 비해 저조하다.

웹드라마를 만든 감사관실도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제법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흥행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MZ세대(새천년세대)와 달리 위로 갈수록 표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A팀장처럼 드라마를 보고 공감을 했지만, 점잖은 체면에 댓글을 다는 데 주저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사석에서는 “을질이 갑질보다 더 심각하다”고 열변을 토하는 간부들도 그저 말뿐이다.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작품성(?)이 전작보다 떨어진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 부분도 틀린 것은 아니다.

상사의 갑질이나 꼰대 상사로부터 시달림을 당하는 새내기 직원의 얘기를 리얼하게 그려냈던 전작과 달리 다소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행안부 본부 C서기관은 “첫 웹드라마는 주무관 얘기여서 공감대가 넓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전편이 구성이나 연기도 좀 더 전달력이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고참 사무관은 “공지 글이나 식상한 교육보다 웹드라마로 조직문화를 진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고지식하다는 행안부에서는 이런 신선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관실은 다음 편은 ‘을질’을 주제로 한 웹드라마를 제작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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