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17년 만에 최초 민간에 센터 공개… 유출 우려 일축
드론 방지그물·곳곳엔 CCTV 국정원이 지정한 국가보안시설
출제위원 합숙 땐 각서 쓰고,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반납해야
입소 뒤엔 모든 창문과 출입구 폐쇄… 한 곳으로만 출입 허용
비좁은 숙소, 휴게실과 식당… 코 고는 소리 불편 호소 위원도
한 해 17개 시험 347개 과목 출제…오류율 0.06% 신화 달성

경기 과청 중앙동 국가고시센터 전경. 인사혁신처 제공
경기 과청 중앙동 국가고시센터 전경. 인사혁신처 제공

‘대한민국 공무원의 역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경기 과천시 중앙동 국가고시센터 내 표지석에 새겨진 글이다. 정문을 들어서니 주차장 건너편에 본관(6847.72㎡·2076평)과 별관(2990.70㎡·905평)으로 이뤄진 국가고시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대지 1만 7616㎡(5329평)에 건물 연면적 9838.42㎡(2976평)의 이 건물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2007년 국가보안시설로 지정했다. 따라서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고,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다.

국가고시센터 내 표지석. 인사처 제공
국가고시센터 내 표지석. 인사처 제공

최근 들어 드론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도 보완했다. 실제로 군데군데 드론 방지용 그물이 설치돼 있다. 인사혁신처 얘기로는 50m 간격이란다.

이런 보안시설을 인사처가 28일 언론에 공개했다. 국가나 지방공무원 등의 시험문제

합숙기간 동안 창문과 출입구는 모두 이렇게 폐쇄된다. 인사처 제공
합숙기간 동안 창문과 출입구는 모두 폐쇄된다. 인사처 제공

출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또 보안은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올해 7월 치러진 5급 공채 시험문제의 유출 의혹을 보도한 것도 한 몫했다.

당시 한 중앙언론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정치학 과목 제1문 2번 문항이 행정직 공채 시험보다 19일 앞선 지난달 9일 치러진 A대 고시반 모의고사 문제와 거의 비슷하다는 지적이 돌고 있다”며 유출의혹을 제기했다.

인사처 제공
인사처 제공

인사처는 즉각 “시험문제 유출은 불가능하다”며 반박자료를 냈다. 정부부처가 언론보도에 정정이나 설명자료가 아닌 반박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당시 인사처 관계자는 ˝국가공무원시험문제 유출은 불가능하다”면서 “유사도 아니고 유출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국가기관의 신뢰도와 관련된 것이어서 반박자료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국가고시센터에 대해 취재 요청도 들어오고, 인사처 역시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이날 언론에 센터를 공개하게 된 것이다.

국가고시센터는 국가직과 지방직을 포함한 각급 시험에 연간 총 17종 347개 시험과목의 출제를 맡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14종의 시험문제 출제에 그쳤으나 계속 수탁기관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기준 17종으로 늘어났다.

출제 절차는 출제위원을 위촉해 문제를 문제은행에 입고하면 별도의 시험문제 선정위원이 고시센터에 입소해 문제 선정과 검토를 거쳐 최종 문제로 확정하게 된다.

인사처 제공
인사처 제공

하지만, 말이 쉽지 그 과정은 간단치 않다.

시험위원은 교수, 교사, 연구원, 공무원 등 1만 5000여 명의 후보자 가운데 무작위로 뽑아서 선정한다.

이들은 출제방향 등을 정한 뒤 전년의 평가자료를 분석, 합숙출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출제 준비과정을 거쳐서 합숙 출제를 하고 이 과정에서 교차 검증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합숙이다.

연간 국가고시센터 활용일 285일 가운데 207일이 합숙일이다. 적게는 하루짜리도 있지만, 길게는 16일짜리도 있다.

합숙출제기간에는 하루 전부터 보안구역이 설정되고, 보안점검이 이뤄진다.

창문과 외부 출입문은 모두 봉쇄되고 하나의 출입문으로만 드나들 수 있다.

합숙기간 동안에는 쓰레기조차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유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휴대전화나 카메라 통신기기 등을 휴대할 수 없는 것은 기본이다. 입소 전 수거했다가 퇴소 때 돌려준다.

곳곳에는 폐쇄회로TV(CCTV)가 돌아가고, 출제관련 인터넷실에서는 감시자가 입회한다. 물론 로그인도 불가다.

잠도 2인 이상이 같이 잔다. 최대 수용인원이 275명이지만, 지난해 연간 합숙인원은 268명이었다. 연인원으로는 2400명이 합숙을 한다.

그러니 휴게시설이나 식당은 비좁다. 잠자리가 불편해 코 고는 소리 등에 대한 민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가끔 장기간 사회와 분리되는 것에 대한 연금 공포증을 호소하는 위원들도 있다. 이후 선정과정에서 이런 증상을 보이는 위원은 사전에 걸러내고 있다.

합숙기간 동안 이들의 일과도 간단치가 않다.

시험위원과 재검토위원들은 하루에 검토해야 하는 문항이 200~300개에 달한다. B4용지로 따지면 40~60페이지 분량이다.

국가고시센터 직원들은 더 고충이 심하다.

한 해에 절반 이상을 센터에서 갇혀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미혼직원들은 연애하기도 쉽지 않고, 친구관계도 제한적이다”며 애로를 호소했다.

애경사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도 잦다. 세를 살면서 합숙을 들어가 몇십 일씩 방을 비우면서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를 당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은 고되지만, 국가고시센터는 최고 권위와 효율을 가진 시험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도시험을 인사처에 위탁하기 전에는 42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나 인사처 위탁 이후에는 20억원으로 줄어 22억원을 절감했다.

시·도교육청 시험도 당초 23억 3600만원이 들었으나 인사처로 넘기면서 2억 2700만원이 드는 데 그쳤다. 이렇게 해서 이들 위탁기관은 연간 43억원가량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사연 없는 사람 없듯이 사연 없는 문제는 없다’는 말도 있다”면서 “이런 출제위원과 직원들의 노고가 시험출제오류 0.06%라는 신화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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