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빅스텝’ 출간, 노동문제 개혁방향 제시
최장수 노동장관, ‘미완 노동해법’ 책으로 마무리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발간된 책과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진상 大記者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발간된 책과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진상 大記者 

1981년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 사무관에서 장관까지 35년 넘게 고용노동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이기권(65) 전 장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3년 동안 장관으로 재직, 노동부 최장수 장관이란 기록을 세웠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조용히 지내온 그가 최근 책을 발간해 관심을 받고 있다. 연휴가 시작되던 날, 서울 종로 한 음식점에서 이 전 장관을 만나 근황을 듣고, 책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비구름이 잠시 벗겨져 강한 땡볕 내려쬐던 한낮,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노상공원 벤치에 함께 자리를 잡았다. 책의 분량이 566쪽이나 되는데 많은 양의 원고를 언제 집필한 것이냐고 물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초고 정리를 해뒀는데 미뤄오다 올해들어 마무리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좀 더 일찍 낼 수도 있었는데 노동관련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룬 것이라 부처 후배 공무원들이 정책 충돌로 부담스러워할까 봐 미뤘다”면서 “장관 재임시절 미완으로 끝낸 일들을 마무리 짓는 의미에서 허리 수술을 하게 된 걸 계기로 조용히 집필을 끝냈다”고 덧붙였다.

수술이란 말에 ‘어쩌다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직시절 기자단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어울려 산행을 마친 뒤, 족구 경기를 했는데 네트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넘어졌던 게 화근이 됐다고 한다.

넘어진 뒤로 허리 통증이 지속됐는데, 병원에서도 흔한 일로 진단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다. 그런데 통증이 점점 심해져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허리협착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다친 부위에 종양까지 발견돼, 통증이 심해져 수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병원 신세까지 지다 보니 ‘무리한 운동은 탈이 난다’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나이 들어 과한 운동이나 등산은 조심하라고 충고했다.

다시 책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책은 지난달 발간됐는데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추천사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도 있는데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책이 나오고 노동부 후배 공무원(과장급 이상)에게 돌리고, 지인 몇 분한테 보내줬더니 재고가 바닥났다고 한다. 어쨌든 곧 재판(2쇄)에 들어갈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른 일정으로 약속이 돼 있는 터라,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이 전 장관을 배웅했다.

             책 표지
             책 표지

책 제목은 ‘노동시장 빅스텝’이다. 빅스텝(Big Step)이란 사전적 의미로 ‘큰 발전’이나 ‘큰 도약’ 정도로 해석된다. 또 경제적인 용어로 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 올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빅스텝이란 용어를 제목에 붙인 것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여러 가지 얽혀있는 사정을 고려할 때 차근차근 개선하는 데는 시간도 없고, 불가능하다”면서 “고칠 것을 한꺼번에 다 드러내놓고, 여론 수렴 등을 통해 방향을 잡은 뒤 한꺼번에 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제목도 ‘큰 도약’과 ‘발전’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아들 딸 일자리, 넘어야 할 3개의 산’이란 부제로 노동개혁의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임금, 근로시간, 일반해고, 비정규직 등 노동 강행 법규의 불확실성과 경직성 해소라고 지적했다. 둘째는 노사관계에서 힘의 불균형 해소를 꼽았다. 셋째는 디지털 전환시대에 맞게 자율 보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책에 담긴 의미는 추천사를 훑어봐도 잘 드러나 있다.

“고용노동부 사무관에서 장관까지 35년 재직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축적한 경험에서 쓸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이다. 국민과 노사가 공감할 노동시장제도 개혁방안을 옆에서 대화하듯이 쉽게 풀어가는 저자의 힘찬 호소가 절절히 와닿는다.”…정병석(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 전 고용노동부 차관)

“이기권 장관은 오랜 고용노동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거센 폭풍우를 헤쳐 나가는 노련한 선장처럼 지난한 노동시장제도 개혁 과제와 방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이원덕(노사공포럼 상임대표,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전직 장관으로서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노동시장 빅스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노동 현안문제 해결에 큰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

[이기권 전 노동부 장관]

학) 광주고, 중앙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대학원 행정학 석사, 중앙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박사
전) 노동부 공보관, 광주지방노동청 청장, 노동부 감사관, 고용정책심의관, 홍보관리관, 근로기준국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고용노동부 차관, 한국기술대학교 총장,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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