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청장, 사표 뒤 입장문 발표… “현 시점 사임이 최선”
“권고안 경찰제도 근간 변화시키는 것… 논의 더 필요”
경찰 내부망 “임기 눈앞 신경쓰기 싫다는 것이냐” 반발
윤 대통령 사표 수리 보류… 이상민 “법·절차 따라 처리”
무난할 것 같던 경찰생활 마지막 관문서 격랑에 횝쓸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58) 경찰청장이 사표를 던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11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대로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한다고 대국민 브리핑을 한 직후다.

그는 이날 낮 입장문을 발표한 뒤 휴가원을 내고 모처로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표 수리를 보류했다. 일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 차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한 만큼 물리적으로도 사표 수리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런 물리적 이유 외에도 김 청장이 사표를 수리하는 데 법·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이상민 장관은 대국민 브리핑에서 김 청장의 사의표명에 대해 “사임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기문란’ 조사 결과 따라서는 사표 반려 가능성

통상 기관장의 사표 수리는 임명권자의 수리로 매듭지어지지만, 감사나 수사, 징계 등과 연루돼 있을 경우 사표 수리가 미뤄지거나 반려될 수도 있다.

최근 해양경찰청 간부들의 일괄사표를 윤 대통령이 반려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장관의 경찰 개혁안 발표에 맞춰 사표를 던진 김 청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평가는 지극히 부정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을 받은 김 청장이 본색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치안감 인사 파동으로 ‘국기문란’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그로서는 진행 중인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사표 수리 전 징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사표를 던진 뒤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사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 청장은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사임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을 했다”면서 “행안부 개선위 논의와 관련하여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경찰 동료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깊은 고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

이어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런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으로, 이런 제도적 기반 위에서 경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인정받을 정도로 발전을 이루어왔다”고 전제했다.

경찰법 체계의 성립 과정과 대내외적 경찰의 평가를 빗대 권고안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권고안은 이런 경찰 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 효과를 고려하여 폭넓은 의견수렴과 심도 있는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길 희망한다”면서 “이번 과정을 거쳐 경찰이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로 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경찰 내부망 비판이 대세

경찰 내부는 김 청장의 사표에 대해 비판적이다.

수도권 경찰서의 한 간부는 “경찰청장까지 올랐으니 누릴 만큼 누렸으면 조직이 위기에 처한 이때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는 등 퍼포먼스를 좀 했으면 했는데 너무 쉽게 손을 털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내부망에서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모든 게 귀찮아서, 신경 쓰기 싫다는 것이죠…” “타이밍 상 늦은 감이 있어 지금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등 비판적인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남 합천 출신인 김 청장은 경찰대 4기로 1988년 경위로 발령을 받은 뒤 34년간 경찰에 몸을 담았다.

순탄했던 경찰 생활 임기 27일 남겨놓고 격랑 휩싸여

온건·합리적인 캐릭터로 리더십과 추진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경찰 개혁의 과제를 안고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총수가 됐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 때 행정관 근무 때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무탈하게 마무리 지을 것 같았던 그는 임기 27일여를 남겨놓고 행안부의 경찰 통제라는 덫에 걸려 원치 않던 격랑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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