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계‧경찰직협 “과거로 회귀할 것” 우려 표명
류근창 경감 “개선안에 국민은 없고 통제 의도만 가득”
민관기 흥덕서 위원장 “경찰 통제해 국민 통제하려는 것”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과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과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21일 이른바 경찰국으로 알려진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내자 경찰 조직이 들끓고 있다.

자문위는 이날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토록 했고, 고위 경찰에 대한 징계 요구권 추가도 검토키로 했다. 또한 경찰제도발전위원회의 설치를 건의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은 예상보다 더 강화된 권고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경찰국 신설은 과거로의 회귀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 류근창 경감은 “인사권과 감찰권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도 훨씬 강해졌다”면서 “말로는 지원부서라고 하면서 경찰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찰은 계급사회 특성상 충성할 수밖에 없어 외청으로 독립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역사적인 반성을 통해 외청이 됐는데 다시 역사를 거스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인사와 관련,  행안부 장관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경찰청장의 말에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 경감은 “자문위가 이미 정권의 지침을 받고 방침을 결정한 것”이라며 “개선안에 국민은 없고, 경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직협과 공무원 노동계도 반발대열에 합류하고 나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 대표를 역임한 민관기 청주흥덕서 직협회장은 “검수완박을 핑계로 경찰국을 설립한다는 것은 허울좋은 명분”이라며 “경찰을 통제함으로써 국민을 통제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관기 회장은 “경찰국 신설은 자치경찰제 도입과 맞지 않고 지방분권과도 맞지 않다”며 “순경 승진 비율 확대 등 소위 ‘빵조각’ 하나 얻자고 31년 전으로 회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은 같은 날 오후 2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맹비난했다.

대표단은 “국민적 합의가 없는 행안부의 독단적 경찰 통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행안부에서 추진 중인 경찰제도 개선안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통해 인사·예산·감찰 사무에 관여하고, 수사 지휘까지 하겠다는 발상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나아가 민주적 견제 원칙을 저버린 처사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한편 전국 경찰 직협 지역대표 19명은 향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도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하고,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안 폐기를 촉구했다.

공노총과 국공노 경찰청지부는 “법에서 규정하지도 않은 치안 사무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행안부 장관의 업무로 하겠다는 것은 위임입법의 본질을 벗어났다"면서 "이런 처사는 경찰의 민주성, 자주성을 저버린 심각한 헌법 유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경찰국 신설 철회를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정권이 경찰을 하수인으로 만드는 것은 독재시절의 망령을 불러오는 것”이라면서 “자유와 인권을 짓밟은 치안본부가 경찰국으로 환생하는 반헌법적, 반법치주의적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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