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물갈이 위한 박한 평가 전망 불구 전년보다 후한 점수
“오해 사느니 원칙대로” VS “평가기준 그대로여서 불가피”
내년 평가 기준 확 바꾸기로… 사회적 평가↓혁신·경영효율↑
“새 기준 도입되면 올해와는 결과 크게 달라질 것” 우려도

기획재정부가 20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과 달리 평가점수가 후하게 나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으로 평가기준은 확 바꾸기로 했다. 내년 평가는 올해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픽사베이
기획재정부가 20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과 달리 평가점수가 후하게 나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으로 평가기준은 확 바꾸기로 했다. 내년 평가는 올해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픽사베이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리 파격은 없었다.

당초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첫 경영평가여서 등급을 깐깐하게 해 공기업 사장 물갈이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역대 정권의 경우 출범 초기 경영평가는 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A등급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평가 결과 공개를 앞두고, 공기업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런데 정작 평가결과는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강소형을 통틀어 탁월(S) 1개(1.8%), 우수(A) 23개(17.7%), 양호(B) 48개(36.9%), 보통(C) 40개(30.8%), 미흡(D) 4개(11.1%) 아주미흡(E) 1개(2.8%)였다.

반면, 전년(2020년)의 경우 S는 없었고, A등급이 23개(17.6%), B 등급이 49개(37.4%), C등급이 40개(30.5%), D가 17개(13.0%), E가 2개(1.5%)였다.

오히려 전년에는 없던 S등급도 나왔고, 맨 아래 E등급은 1곳이 줄었다. 반면 중간 등급은 고르게 분포했다. 예상 밖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표적인 낙하산 CEO 기업으로 꼽히는 몇몇 곳은 평가가 낮게 나올 것이라는 분석 등이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원칙론’과 ‘불가피론’ 둘로 나뉜다.

전자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칫 경영평가 결과를 통해 인위적인 물갈이를 시도할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원칙대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평가기간을 늘리거나 기준을 바꾼 뒤에 평가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긁어 부스럼이기 때문이다.

후자는 평가위원도 대부분 그대로이고, 평가기준도 그대로인 상태에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데 기반을 둔 분석이다.

둘 다 그 말이 그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기업 안팎에서는 이번 평가결과에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 제공

기재부는 이날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경영평가제도 개선방향도 발표했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여건과 정책환경 변화 등을 종합해 경영평가제도 전면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25점인 사회적 가치 지표 비중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한자릿수로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5점인 재무성과 지표는 배점 비중을 크게 높이기로 했다. 여기에다가 조직·인사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지표도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방만경영은 점수를 깎고, 효율경영은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평가의 화두는 혁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혁신을 핵심지표로 설정하고, 그 개선도를 성과급과 연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평가지표가 바뀌면 공기업은 내년에는 올해처럼 안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공기업 임원은 “올해는 경영평가에서 안도했지만, 내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올해와는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혁신과 경영효율 중심의 경영을 하다 보면 노사문제 등 안팎에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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