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보다 안정된 6, 7급 훨씬 나아요”
6급 경력 채용에 변호사·박사 수두룩
하위직 공무원 위상 높아졌는데 내부선 아직…

정부청사 자료사진
정부청사 자료사진

공직이 사회의 유망 직종으로 급부상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30만 시대로 대표되는 ‘공시열풍’은 뒤로 하더라도 임기제나 경력채용에 변호사는 물론 의사, 박사 등이 우르르 몰리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주어지는 직급 등은 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경쟁률은 수십대 1은 기본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다. 취업이 어려워서 일단 공직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공직에서 경험을 쌓아 변호사나 경력 임원으로 민간 기업에 몸값을 올려 가려는 경우도 있다.

경찰에서도 고시에 합격하면 경정을 주고, 대기업 임원이나 부장급을 주던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이다.

지난 26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민간경력자 채용시험 합격자를 보면 5급의 경우 의사, 변호사, 기술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 비율이 47.0%나 됐다. 이들은 자격증을 딴 뒤 5급은 평균 7.9년의 경력을 쌓았고, 7급은 5.7년을 현장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무원 6급 직위가 주어지는 경찰 송무관 채용에도 변호사들이 몰린다.

지난해 경감으로 임용되는 5년 임기의 변호사 대상 경력경쟁채용에는 20명 선발에 220명이 응시했다. 6급 송무관 자리 응시자를 변호사로 국한한 마당에 경감은 쉽게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변호사=6급’ 과한 대우 지적도

요즘은 변호사도 몸값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

과거에 고시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경찰은 경정이나 경감을 받았고, 행정공무원은 사무관을 받았다. 공기업은 부장, 일반 기업은 임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은 경감이나 경위, 일반 공무원은 6급이 일반적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로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공기업 부장은 고사하고, 일반 기업에 가도 대리를 겨우 받는다. 예전 사법 시험에 합격하면 과장 자리를 주었는데 이제는 대리 자리를 주는 것조차 주저한다고 한다.

대기업, 변호사에 대리 직급 부여도 주저

대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학 졸업하고, 입사해 3년 근무하면 대리를 다는 데 로스쿨 3년 다니고, 변호사 자격증 따서 입사한 직원에게 대리를 바로 주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된다고 한다.

이제는 로스쿨 변호사가 일반 직장 취업과 같은 레벨이 됐다는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일반임기제 공무원 채용공고를 냈다. 법률 전문요원과 노무관리, 전략산업추진 요원 등 11명을 선발한다. 대부분 6급이고, 5급은 감염병역학 조사관 요원뿐이다.

임기 2년에 총 5년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는 6급 자리에 변호사로 지원자격을 한정한 경우도 있다. ‘변호사=6급’이라는 등식이 굳어진 것이다.

공직 인식 바뀌었는데 내부 문화는 안 바뀌어

중앙부처나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가면 6, 7, 9급 공무원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6, 7, 9급 공무원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5급 시험은 물론 7급이나 9급 시험 합격도 수년간 공부를 해서 수십,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합격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경력채용 변호사에게 6급을 주는 것에 대한 공직사회 내 불만도 없지 않다.

직장인으로서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주사보나 주사에 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6·7·9급이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민원 현장에서는 일반 국민은 공무원을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공복(公僕)이라는 인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도 취업을 앞둔 자식 등에게는 공무원을 권한다. 합격하면 밥도 사고, 술도 산다.

어느 공무원은 “요즘 공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게 사실”이라면서 “아직도 안 바뀐 곳은 민원현장과 직장 내 문화다”고 말했다. 고시 위주로 돌아가는 부처 등의 분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어떻든 앞으로 공직에 대한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이에 따른 공무원들의 자부심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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