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출신 후보에 노조 맞불 출마… 두 번이나 선출 불발
대의원 구성 양측이 비슷… 누구도 3분의 2 못넘겨 공전 거듭

현 이사장 지난해 9월 임기 끝났지만,  8개월째 후임 못 뽑아

오는 23일 세 번째 이사장 공모 마감… 양측 모두 눈치싸움만

행안부 관료들 “나가면 떨어져 체면만 구기는 데…” 참여 주저

노조, 몽니로 비쳐지는 것에 부담… 내심 공제회 내부 인사 염두

“밥그릇 싸움에 공제회 산으로 가” 31만 공무원 회원 울화통

현 이사장 지난해 9월 임기 끝났지만, 8개월째 후임 못 뽑아

한국지방행정공제회 홈화면 갈무리
한국지방행정공제회 홈화면 갈무리

31만 공무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행정공제회)가 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후임을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줄곧 행정안전부 출신이 이사장을 맡아왔으나, 한국노총 산하 공무원연맹이 절반에 가까운 노조 출신 대의원을 기반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과 올 3월 두 차례 공모에서 행안부 간부 출신과 광역자치단체 노조위원장이 맞붙었지만,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고 세 번째 공모를 진행 중이다.

16일 행안부 및 공무원연맹 등에 따르면 제13대 행정공제회 이사장 공모 마감일인 오는 23일까지 일주일 여를 앞두고 있지만,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지방공무원과 행안부 공무원 등 가입자가 30만 8923명으로 자산규모가 17조 6261억원에 달한다. 한 사람당 월 2만~100만원까지 넣을 수 있고, 이자율이 3.55%나 돼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1, 2차 공모에 노조위원장들 출사표

현 박준하 이사장은 지난해 9월 17일로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8개월째 불안정한 상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공모에 참여했던 박재민(왼쪽) 전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과 신동근 경상남도청노조위원장. 사진 서울신문·공생공사닷컴DB
지난해 11월 한국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공모에 참여했던 박재민(왼쪽) 전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과 신동근 경상남도청노조위원장. 사진 서울신문·공생공사닷컴DB

지난해 11월 첫 공모에는 행안부에서 박재민 전 지방재정경제실장(1급)이 나섰다.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공무원연맹에서 신동근 경상남도청노조위원장(지방공무원 사회복지 6급)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관전자였던 노조가 경영진 공모에 뛰어든 것이다.

고위공무원 내세웠지만, 잇단 고배

이때만 해도 행안부 관료들의 낙하산 임명을 막기 위한 노조의 제스처쯤으로 여겨졌다. 한편에선 1급과 6급 주무관의 대결로도 화제가 됐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1차 투표에서 박 전 실장이 27표, 신 위원장이 25표를 얻었다. 정관에 따라 박 전 실장을 놓고 진행한 2차 찬반 투표에서는 26표씩 찬·반 동수가 나와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기지 못했다.

결국, 올 들어 다시 공모가 진행됐고, 이번에는 행안부에서 최용범 전 전북 부지사가 나섰다. 그런데 공무원연맹에서 또다시 충남도공무원노조위원장 출신인 김태신 공무원본부장을 내세웠다.

1차 투표 관문 넘어도 2차 찬반 투표 못 넘어

지난 3월 30일 열린 대의원 회의에서 1차 투표 결과 최용범 전 부지사가 앞섰으나 역시 찬반 투표에서 3분의 2를 얻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보통은 1차 투표에서 다수표를 받은 후보를 밀어줘 왔으나 노조 측이 작심하고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행안부 내부에서는 “행정공제회 이사장 자리가 행안부 고위공무원들의 무덤이다”는 말도 돈다.

행정공제회 이사장 선출이 난항을 겪는 것은 공제회 대의원의 분포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체 대의원 56명 가운데 광역시도 등 지방공무원이 34명, 각 시·도 행정국장이 17명, 행안부 몫이 5명이다. 여기에서 지방공무원 34명 가운데 25명이 전·현직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노조 쪽에 기운다.

노조가 반대하거나 행안부와 시·도행정국장이 반대하면 어느 쪽도 선출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길 수 없는 구도다.

“경영능력 있는 사람 뽑아야” vs “낙하산 인사 더 이상 안 돼”

이 때문에 오는 23일 후보 접수를 마감하는 3차 공모에서도 후임 이사장 선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공모가 진행 중이지만, 해보겠다는 후보는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행안부의 경우 이상민 신임 장관이 후속 인사를 한 이후에 이사장 후보를 낼 수 있는데 아직 인사가 나지 않았다.

더 고민스러운 것은 두 번이나 행안부 출신이 나가서 떨어진 마당에 선뜻 내가 하겠다고 손 드는 공무원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공무원연맹은 이번에도 노조위원장 후보를 낼 경우 “당선 가능성도 없는데 행정공제회 이사장 선출에 ‘몽니’를 부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고민이다.

접점 못 찾아 4차 공모 가능성도

그렇다고 양측이 모두 욕심을 버린 것은 아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 장관이 왔으니 경영능력이 있는 후보를 내보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서는 행정공제회 내부에서 답을 찾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자체 출신 행정공제회 임원 가운데 한 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외부 전문가 뽑아라” 의견도

물론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도 이사장 선출이 불발돼 4차 공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작 회원들은 안중에 없고, 양측이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면서 “아예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측 다 ‘닭 쫓던 개 하늘만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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