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월 2만원 인상 공무원보수위원회 합의
기재부 국회서 예산안 통과하자 ‘모르쇠’ 일관
“국회도 세비 동결한 마당에…” 국회 눈치보기

인사처·기재부 ‘짜고치는 고스톱’ 설도 퍼져
분란 커지자 기재부 ‘1만원 인상안’ 제시
공무원 노동계 “약속 이행하라” 강력 반발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모습. 공생공새닷컴 자료 사진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모습. 공생공새닷컴 자료 사진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도 합의하고, 국회에서 예산도 통과됐는데 왜 부인합니까.”(공무원 노동계)

“당초 정액급식비 인상에 합의한 적도 없고, 예산에 반영하는 논의를 한 적도 없습니다.”(기획재정부)

공무원 사회가 정액급식비 인상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겉으로는 공무원 노동단체들만 전면에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나서지 못할 뿐 일반 공무원들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정액급식비는 2001년 신설됐다. 공무원수당규정에 근거해 예산의 범위에서 매달 일정액의 급식비를 보수지급일에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도입 첫해인 2001년에는 월 8만원이었다가 2년 뒤인 2003년 9만원으로 1만원이 올랐다. 이어 2004년 12만원, 2005년 13만원으로 오른 뒤 14년간 13만원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가 올해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월 15만원으로 2만원 올리는 데 합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밀당’도 있었다. 공무원 노동계는 16만 5000원으로 올리자고 했고, 정부가 반대해 결국 절충한 것이 15만원이다.

공무원보수위원회는 정부와 공무원 노조가 각각 5명, 전문가 5명 등 15명으로 이뤄져 있다. 공무원 임금이나 수당 등의 인상을 논의하는 위원회로 강제성은 없지만, 지금까지 대체로 수용돼 왔다.

그런데 지난 13일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된 이후 사달이 났다. 기재부가 정액급식비 인상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경제사정도 좋지 않고 여러 가지 사정상 이를 불용처리하겠다”고 했다는 말이 퍼졌다.

공무원 노동계는 발칵 뒤집혔다. 회의를 소집하고, 인사처에 문의를 하고, 국회 기획재정위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달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원안의 이행을 촉구했다.

물론 기재부에도 달려가 배경을 묻고, 당초 보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항의도 있었다. “인사처는 합의를 하고, 기재부는 이를 부인하면 어떻게 정부를 믿고 협상을 하겠느냐”고 따졌다.

기재부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예산당국인 기재부는 정액급식비 인상에 합의한 적도 없고, 예산안에 반영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뜯어보면 기재부 말이 100% 틀린 것은 아니다. 공무원보수위원회에는 기재부는 들어가지 않는다. 공무원 노동계가 들어와서 협의를 하자고 해도 기재부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들과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또 정액급식비도 포괄적으로 예산안에 잡혀 있지만, 정액급식비 항목으로 잡은 것은 아니다. 이 역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재부가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이미 보수위원회 협의와 이후 예산 편성 등의 과정에서 인사처와 기재부 담당직원들끼리 협의도 하고, 의견도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 불용처리라면 이미 예산이 잡혀 있다는 의미다. 있는 예산을 쓰지 않고 불용처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정액급식비 인상에 합의한 적 없다”는 기재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재부가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은 국회 원인설이다.

당초 국회의원들도 세비를 공무원 보수 증가율을 반영해 2.8% 올리는 안을 마련했었다.

그런데 막판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은 안 하고 매일 싸움만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국회 세비가 동결되자 기재부가 좌불안석이 됐다. 자칫 정액급식비를 올렸다가 국회는 물론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공무원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재부는 1만원 인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사처는 어떤 입장일까.

공무원 노동계를 만나서는 “(기재부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정부 부처가 쉽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겉으로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만, 결국은 ‘기재부와 인사처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인사처는 “조만간 결론이 날 테니 그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얘기한다.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1만원 인상안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정부와 협상을 하느냐”는 것이다.

내년에 정액급식비를 인상하려면 연내 공무원수당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그때까지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공무원 사회는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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