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련 심리상담연구소 퍼블릭 대표
박경련 심리상담연구소 퍼블릭 대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으로 많은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전쟁에 대한 두려움, 공포감, 무력감과 같은 감정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참혹한 전장의 모습이나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넘쳐나면서 아이들도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마침, 한국상담심리학회와 미국심리학회에서 전쟁으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내를 하고 있어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잔인한 내용이 많다고 영상을 강제로 못 보게 하거나 숨기기보다는 부모님과 전쟁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슬프고, 걱정되고, 두려운 감정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아는 것이 도움이 되거든요.

아이들이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공감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아이가 묻지 않더라도 전쟁에 대한 소식을 알고 있는지 부모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보시고, 아이는 어떻게 느끼는지,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세요.

아이들은 이럴 때 “우리 가족은 삶의 어려움이나 변화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저희 아이에게 전쟁소식이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았더니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는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민간인 피해소식을 들은 후에는 피난을 가지 못한 사람들, 가족 간의 헤어짐, 산부인과 폭격소식에 대한 자신의 슬픔을 조금 더 꺼내놓아서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미취학 아동이라면 미디어노출을 최소화하되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 여기가 아니며 자신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들과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그간의 갈등을 다룬 영상을 보면서 상황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거나 가짜뉴스가 아닌 신뢰할만한 정보를 어떻게 찾을까에 대해 이야기할 좋은 기회로 삼으시면 어떨까요.

전쟁에 대한 부모님의 감정이나 생각을 먼저 정리해 보고,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나 다른 나라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평화를 소망하는 그림을 그려보거나 믿을 만한 구호기관에 기부를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나쁜 일이 벌어져도 돕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문제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고, 해결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로 시선을 바꾸는 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전쟁관련 소식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영상뉴스보다는 활자로 된 뉴스, 듣는 뉴스를 선택하시거나 관련 보도를 접하는 빈도를 줄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외상이나 트라우마를 경험할 때 통제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데요, 산책하기, 낮잠자기, 좋아하는 음식먹기, 음악듣기, 어떤 것이든 내가 통제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크라이나와 우리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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