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러운 비연고지 발령에 전혀 다른 업무 수행
인수인계도 못 받아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
보훈지청 인정 거부… 유족, 중앙행심위 문 두드려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청사.공생공사닷컴DB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청사.공생공사닷컴DB

2007년부터 우체국 공무원으로 일해오던 A씨. 지난 2018년 1월, 급작스럽게 비연고지로 발령을 받게 된다. 업무도 주로 창구업무를 맡아왔지만, 새로 발령받은 곳에서는 관리자업무를 맡아야 했다. 인수인계도 받지 못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A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된다. 결국 A씨는 같은 해 2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보훈지청에 A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했으나, 보훈지청은 A씨의 개인적인 문제가 우울증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B씨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A씨가 6세‧10세의 어린 자녀에 대한 양육 대책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다른지역으로 발령받은 점, 타지에 발령받은 후 발령 전 수행하던 업무인 우체국 창구업무와는 전혀 다른 관리자업무를 맡은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중앙행심위는 관련문서와 동료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앙행심위는 “고인이 비연고지로 발령받아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고, 업무 인수인계를 받지못하고 새로운 업무를 맡아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판단한다”며 “고인을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국민권익위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중앙행심위는 직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순직한 공무원과 그의 유족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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