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소방청에 저승사자라니” 이전 민원에
이달 7일 철거 뒤 청사관리사무소 창고행
잇단 안전사고·소방청 직원 사기 고려한 듯
본명 ‘흥겨운 우리가락’인데 저승사자로 불려

본명은 '흥겨운 우리가락'인데 저승사자로 불렸던 철거 이전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옆 조형물. 공생공사닷컴
본명은 '흥겨운 우리가락'인데 저승사자로 불렸던 철거 이전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옆 조형물. 공생공사닷컴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형물이 철거된 뒤 움푹 패인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옆 대로변 화단. 공생공사닷컴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이 철거된 뒤 움푹 패인 채 남아 있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옆 대로변 화단. 공생공사닷컴

“세종시 저승사자가 사라졌으니 이제 좀 사고가 잦아들려나”.

세종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리던 정부세종2청사(17동) 옆 대로변에 있던 조형물이 철거됐다.

1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 조형물은 지난 7일 철거돼 정부청사관리사무소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창고에 보관하다가 조형물 등을 모아서 공원 등 지정된 장소에 다시 설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2019년 8월 7일 공생공사닷컴 보도>

국세청 옆에 있던 것 이전 요구에 소방청 옆으로

이 조형물은 저승사자로 불리지만, 원래 이름은 ‘흥겨운 우리 가락’이다. 작가는 안초롱. 그는 이 작품에 대해 “한국·문화 예술의 우수성, 아름다움을 표현해 정부세종청사의 복합문화공간에 랜드마크적인 이미지를 부여토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을 들으면 갓 쓰고, 장삼을 두른 채 두 팔을 벌려서 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형상이 영락없는 흥겨운 우리 가락이다.

문제는 작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조형물이 보는 이에 따라서는 저승사자로 보인다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 가락이라고 외치고, 보는 이는 저승사자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조형물은 2015년 지금의 행안부(17동) 옆 세종정부청사 16동 국세청 남서 측에 있었으나 국세청 직원들과 시민들이 “밤에 보면 저승사자로 보인다”며 이전 민원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그즈음 국세청에 안 좋은 일들이 몰렸다. 풍기문란 사건에서부터 비위 사건이 터져 나왔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승사자 때문”이라고 화살을 이 조형물에 돌렸다.

이 조형물을 국세청이 권위를 앞세우기 위해 설치했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세청은 저승사자라는 말을 싫어한다. 국세청 내 서울청 조사4국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하지만, 본청은 물론이고 조사4국도 이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밤에 보면 무섭다” 이전 민원

이래저래 국세청 앞에 있는 것이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국세청 앞 공사를 계기로 슬그머니 이 조형물은 자리를 옮긴다.

국세청은 자신들의 요구 때문이라는 것을 극구 부인한다. 그러나 이 조형물이 자리를 옮겼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문제는 이 조형물이 옮겨간 자리다. 지금의 행안부와 소방청 옆 대로변인 것이다. 지나가던 버스에서도 보이고, 쪽문으로 오가는 민원인이나 공무원에게도 바로 눈에 띈다.

밤에 보면 영락없는 저승사자라는 게 일부 직원들의 얘기이다.

파출소 피하니까 경찰서 앞이라고 했던가. 올 초 행안부가 서울에서 옮겨온 것이다. 재난·안전을 총책임지는 행안부와 소방청 옆에 저승사자가 자리한 셈이다.

파출소 피하니 경찰서?

그러면서 또다시 이전 요구가 일었다. “대한민국 안전을 총 책임지는 행안부와 소방청 옆에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형물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일부는 “이 조형물을 옮기도록 한 당시 청사관리사무소장이 누구냐”고 묻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청사관리사무소는 행안부 소관이다.

그러나 이 조형물은 쉽게 옮길 수가 없었다. 비용도 적지 않은데다가 장소도 마땅한 곳이 없었다.

특히 공공조형물은 옮길 때 작가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안초롱 작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하겠다고 하자 화를 내더니 나중에는 “맘대로 하시라”고 한 뒤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동의로 볼 것인지 놓고 논란이 됐지만, 하여튼 이 조형물은 옮겼다.

여기에는 최근 빈발하는 대형 재난안전 사고도 한몫했다는 풍문도 나돈다.

독도 소방헬기 사고로 소방항공대원 5명이 순직한데다가 군산 앞바다와 제주 등지에서 선박 조난 사고 등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독도 소방헬기 사고로 동료까지 잃은 소방청 직원들의 사기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선뜻 동의하지 않은 안초롱 작가

사실 이 조형물은 행안부보다는 소방청 직원들의 이전 요구가 더 많았다고 한다. 목숨 걸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소방대원들의 본산인 소방청 옆에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형물이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지만, 인간사회는 어디에나 ‘터부’와 ‘징크스’는 물론이고, 민간 신앙도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조형물 이전을 계기로 재난·안전 사고가 줄고, 소방항공대원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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